재미있는 것은 그랜저와 K7의 대결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진 터. 언뜻 생각하기엔 현대차 그랜저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기아차 K7은 그랜저가 좀 더 팔리기를 기다렸다가 서너 달 쯤 후에 천천히 나와도 상관없을 듯 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쌍방간 매출을 올리는 데는 더 나으리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K7은 2009년 11월 출시된 이후 ‘준대형=그랜저’라는 공식을 깨뜨린 차로, 어떻게 보면 그랜저의 최대 적수이니만큼, 그랜저를 파는 사람들에게 K7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생각이 다른가 봅니다. ‘현대차는 현대차 일정대로, 기아차는 기아차 일정대로 간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당초 일정은 그랜저가 지난해 연말에 나왔어야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약 두 달 후에 K7이 출시되니까, 큰 무리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랜저 출시가 한 달 정도 늦어지는 바람에 K7과 ‘박치기’를 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요새 한창 두 차가 나란히 비교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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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해 기아차의 선전으로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내수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중반에는 시장 점유율 50%선이 무너질 지도 모르는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있었습니다.
주위에선 ‘제살 깎아먹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달리 보면 ‘동일 차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현대차의 최대 맞수가 다름 아닌 기아차’라는 재미있는 사실이 두 차 브랜드의 판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됩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