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떻게 들어갔나… ② 5일후 증인조사③ 흐릿한 CCTV?… ④ 아마추어 요원들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사건 발생 5일 만에 공식 브리핑을 가졌지만 사건의 의혹은 되레 커지고 있다. 침입 주체가 국가정보원으로 지목됐지만 국정원은 21일까지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입장)로 일관하고 있다.
문제의 서울 중구 롯데호텔은 객실 열쇠로 카드키를 사용한다. 침입자들이 카드키를 복제하려면 사전에 특사단이 어느 방에 투숙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고객의 객실 정보는 철저한 보안사항. 침입자들이 카드키를 복제했거나 호텔이 가진 만능키를 사용했다면 호텔의 묵인 내지는 협조가 있었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 호텔에는 국정원이 안가로 사용하는 객실이 2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절도 수사의 기본인 폐쇄회로(CC)TV 자료를 사건 이틀 뒤에서야 입수했다. 또 침입자를 유일하게 목격한 이 호텔 종업원은 5일 후인 21일에야 소환 조사했다. ‘늑장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만한 대목이다. 사건 신고 4시간 후인 17일 오전 3시 40분경에는 국정원 직원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찾아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 경찰은 “단순한 정보수집 차원”이라고 부인했지만 국정원과 경찰 간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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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 공작을 한다면 누군가가 들어올 때를 대비해 외부에 망을 보는 감시조를 세우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에 들어온 특사단에 무기력하게 발각됐다. 심지어 적발된 후 태연히 다시 나타나 노트북을 돌려준 것도 정보기관 관계자의 행동치고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전직 국정원 간부는 “국내 활동 시 너무 쉽게 정보활동을 해 왔던 관행이 방심을 불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