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논설위원
북한 전역을 자유민주체제로 전환해 대한민국 헌법 아래에 두는 일은 생각만큼 수월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군사적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 국군이 조선인민군을 완벽히 무장해제하는 것이 통일의 첫 번째 과제이다. 조선인민군을 무장해제하려면 국군이 북한 각지로 진격해 들어가야 한다. 인민군이 저항하면 전쟁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가공할 위력의 핵과 미사일, 그리고 생화학무기까지 갖고 대항해 올 것을 상정해야 한다.
처음 진격하는 부대는 자기방어를 하며 나아가야 하니 육군 기계화사단들로 구성된 군단이라야 가능할 것이다. 휴전선에서 평양까지는 200km가 넘는다. 육군 기계화부대는 북한군이 조밀하게 배치된 구간을 달려야 한다. 저항이 있으면 진격을 멈추고 교전을 통해 제압해야 한다.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ICBM 발사장과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의 대포동미사일 발사장, 함북 길주군 풍계리의 핵 실험장은 휴전선에서 보면 매우 멀리 있지만 해안에선 가까이 있다. 서해 제해권을 토대로 해안으로 상륙해 들어가는 것이 이곳을 더욱 쉽게 장악하는 코스다. 제해권을 토대로 북한 깊숙이 상륙한 부대는 더 빠르게 인민군을 무장해제시킬 것이다. 서해의 북방한계선(NLL)은 급변사태 시 군사작전을 위해서도 전략적 요충의 의미가 크다.
미국은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전략방위구상(SDI)을 펼쳐 소련 붕괴를 유도했다. 미소 간의 대결 모델을 남북 대결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 아이디어와 창의성은 빌려올 수 있다. 우리는 6만8000여 명(해병대 2만7000여 명 포함)인 해군을 더 증강하고 첨단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군 개혁의 핵심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있을지 모를 실전(實戰)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육해공군의 기득권 유지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달 28일 시작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는 북한의 급변사태까지 상정한 훈련이다. 미군의 최대 관심은 북한의 핵과 생화학무기 및 장거리미사일을 장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대량살상무기 회수를 전문으로 하는 미 육군의 20지원사령부 예하 부대를 참여시켰다. 미군은 이런 준비를 하는데 우리 군은 북한 급변사태만 이야기하며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