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약점과 상처도 때론 무기가 된다
DBR 그래픽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엔론, 월드컴, 타이코 등 대형 기업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람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회의적 시각을 보내기 시작했다. 조직 전체의 이익과 사회적 책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비윤리적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CEO들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화려한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탐욕스러운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기업의 CEO들은 불신의 상징이 됐고 사람들은 화려한 리더십의 환영에서 깨어나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게 ‘진정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다.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리더십이 각광을 받던 1990년대까지는 리더십을 마치 배우가 무대에서 청중에게 보여주는 연극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았다. CEO들은 좀 더 긍정적이고 멋있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러나 진정성 리더십에선 타인의 리더십을 모방하는 게 성공하는 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보다는 자신의 자아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긍정적이며 투명한 관계를 부하들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 중심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자아의 발견에 초점을 맞추는 리더십, 이게 바로 진정성 리더십이 다른 리더십 이론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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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인식
진정성 리더십은 크게 자기 인식, 핵심가치와 목적의식, 관계적 투명성 등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명확한 자기 인식이다. 진정성 리더십의 핵심이 자신의 존재와 일치하는 리더십을 실천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많은 리더들, 심지어 대단히 성공한 리더들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기준을 바탕으로 행동하지 않고 외적인 성공과 주위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지고 있는 기대에 부합하고자 행동한다. 이러한 노력이 초기 성공을 보장해줄지 몰라도 지속적인 성공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는 없다.
자기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내 인생의 스토리가 무엇을 의미하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진정성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포장하고 있던 보호막을 걷고 본인의 약점과 상처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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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리더십은 단순한 비전과 핵심가치, 목적의식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공유된’ 비전과 목적의식을 지향한다. 공유된 비전이야말로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화려한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모든 직원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이들을 열정적으로 뛰게 만드는 공유된 비전을 가진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201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10년을 목표로 발표한 ‘비전 2020’의 내용 대부분이 단순 재무적 목표로 채워져 있다. 향후 10년을 위한 비전이 단순히 매출 40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거나 매출 200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데 그친다면 혼(魂)이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진정성 리더십에서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통한 공유된 목적의식을 갖기도 어렵다. 그저 회장님의 외로운 꿈으로 전락할 수 있다.
○ 관계적 투명성
심리학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두 개의 자아를 지니고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나, 즉 ‘내적인 자아’와, 이와 별도로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타인에게 보여주는 나, 즉 ‘외적인 자아’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행동, 혹은 직장 동료들과 가족들에게 하는 행동에 커다란 괴리가 있다면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에 큰 격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격차가 크면 클수록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내가 맡은 다양한 역할에 대한 혼란이 커진다.
진정성 리더십 이론은 내적인 자아와 외적인 자아의 일치를 통해 심리적인 안정과 삶의 성숙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두 자아 사이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위 사람과 맺고 있는 관계가 좀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타인의 리더십 스타일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이를 흉내 내려 한다면 이는 나 자신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는 것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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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리더십은 단순히 솔직한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론이 아니다. 부하에게 무조건 착한 리더가 돼야 한다는 이론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 인생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지 성찰해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일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리더로서 필요한 신뢰와 권위를 주위 사람으로부터 얻어내는 과정이 진정성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djung@yonsei.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 글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5호(2월 15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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