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정현안 입 열어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신년 방송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를 사실상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당시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 문제는) 백지에서 출발하느냐’는 질문에 “똑같다. 법적으로 위원회가 새로 발족하니까 거기에서 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과학벨트는 충청권에 건설돼야 한다는 압박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 “신공항도 대선공약… 정부 발표 있을 것” ▼
박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소득세 감세안에 반대한 뒤 처음이다. 박 전 대표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들이 ‘대통령 책임’의 의미를 묻자 “과학벨트는 제가 결정권자가 아니다.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고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보고 어떻게 할지 정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있었다 해도) 기존 방침을 변경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과학벨트는 정치적 기준이 아니라 투명하고 객관적인 법적 절차를 거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박 전 대표가 어떻게 언급했다고 해서 이미 법에 의해 정해진 절차를 수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학벨트 문제는 정치권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과의 정치적 대결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다”라면서 “결정권이 없는 정치권이 나서 정치적 싸움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11일 발의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의원의 본분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먼저 법을 내놓고 논의해야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개헌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 논의할 일”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박 전 대표는 바른언어상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제가 안 할 이야기는 안 하고 할 이야기는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사회에나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도, 순화시키는 것도 말이다. (정치권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로 공격하고, 독설이 난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전 대표는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정치발전과 정치개혁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결론은 정당개혁이나 법 같은 제도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정치문화 발전이었다”고 강조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