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에 구수한 입담 양념… 국악계의 ‘빅뱅’ 기대하세요”
‘다채로운 판소리 쇼’를 표방한 ‘남상일 100분 쇼’를 무대에 올리는 소리꾼 남상일 씨. 우리창극연극회 대표도 맡고 있는 그는 소규모 창극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채의 ‘藝道無極(예도무극)’은 ‘예술의 길은 끝이 없다’는 뜻으로 그가 직접 써 넣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립창극단이 그런 남 씨를 앞세워 25, 2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춤과 노래, 음악이 어우러진 ‘버라이어티쇼’ 무대를 올린다. 다채롭고 화려한 국악 공연이라고 강조하는 이 무대의 이름은 ‘남상일 100분 쇼’. 국악 공연 제목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고 ‘쇼’라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다. 14일 이 쇼의 주인공을 만났다.
“그동안 국악 공연은 관객(을 고려하기)보다 우리가 잘하는 것을 무대에 올렸는데, 이번엔 철저히 관객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꾸몄습니다. 뭘 좋아하실지는 숱하게 공연하면서 체득했죠.”
“소리꾼을 광대라 합니다. 넓을 광(廣), 큰 대(大) 자를 써요. 넓고 크게 봐야 한다는 거죠. 특히 판소리는 판을 잘 읽어야 하는데 전 그런 능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음악에 대한 고집도 있어야겠지만 포기도 빨라야죠. 소리의 ‘소’자, 판소리의 ‘판’자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나 소리하는 사람입네’ 하고 어려운 적벽대전을 벌여선 안 된다는 거죠.”
그의 말은 빠르지 않지만 리듬감 있고 거침없다. 1996년 학생부와 1999년 일반부에서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을 타며 입증된 그의 자질은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어릴 때 많이 울었는데 서너 살 무렵 TV에서 조상현 명창이 나오는 판소리 프로그램만 방송되면 울음을 딱 그쳤대요.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어 제 울음소리와 방송 보며 흥얼거린 걸 녹음해 조 명창에게 보냈는데 그분이 ‘소리를 해야 할 놈이니 지금은 많이 들려줘야 한다’면서 당신께서 직접 소리하신 걸 녹음해 보내 주셨습니다. 일찍부터 통신 교육을 받은 셈이죠.”
하지만 전주에 사는 그가 서울에 사는 조 명창에게 배울 형편은 안됐다고 했다. 이후 조소녀, 안숙선 명창을 사사했다. 그 때문인지 자기 소리가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라고 평가하는 그의 꿈은 서양 것과 섞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국악의 참맛을 널리 알리는 것. 그래서 국악계의 현실에 불만도 많다.
국악 대중화를 위해선 관객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 쉽고 재미있는 것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게 우선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10대들의 어려움을 표현한 ‘십대 애로가’, 초보 여성 운전자들의 심정을 가사에 담은 ‘여성 운전가’ 등 창작 판소리를 만들어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중화를 위해 크로스오버나 퓨전을 시도하는 추세에 대해 그는 불만이다. “국악인들이 베토벤이나 비틀스 곡을 우리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흉내 내기밖에 안 됩니다. 25줄로 늘린 북한의 개량 가야금 같은 것을 들여오는 것에도 불만입니다. 전통음악을 제대로 하면 세계 어디서나 다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2만 원. 25일 오후 7시 30분, 26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장충단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5∼6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