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16년차 ‘철의 사나이’ 송지만
‘몸짱’ 송지만의 언더셔츠는 늘 팽팽하게 늘어나 있다. 잘빠진 몸매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팀 후배 김민우도 부러워할 정도다.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한국의 스프링캠프는 고된 훈련량으로 유명하다. 제 아무리 팔팔한 청춘들도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잠자리에 들면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다.
베테랑 선수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웬만한 고참들은 5일 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휴식일에는 방안에만 틀어 박혀 있다.
하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넥센 송지만(38)은“아직 힘들지 않다”며 웃었다. “역대 통산 홈런 기록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그를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오래 야구 하고싶어 체중 감량 … 통산최다 홈런에 도전해 볼 것
○낼 모레 마흔? 신체나이는 20대
“(송)지만이 형이요? 신체 나이는 22세에요.” 잘빠진 몸매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김민우(32)도 송지만의 몸을 보면 혀를 내두른다. 탄탄한 가슴근육, 군더더기 없는 허리라인. 몸에 딱 붙은 언더셔츠는 팽팽하게 늘어나 있었다.
넥센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는 “송지만 선수는 우리 팀에서 (강)정호(24)와 함께 최고의‘몸짱’선수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근육만 많은 것이 아니다. 송지만은 “내가 힘들면 다 힘든 것”이라며 웃었다.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 하지만 그는 타고난 몸과 꾸준한 관리 덕에 젊은 후배들 못지않은 강철체력을 과시한다.
그래서 그의 몸매는 10년 전보다 더 매끈해졌다. 송지만은 여전히 시즌이 끝나면 2주 만을 쉬고, 다시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한다.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의 담금질이 “시즌 성적을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로 16년차가 되니 야구가 보여요
불혹을 바라보는 넥센 송지만. 하지만 후배들이 “신체 나이는 22세”라고 혀를 내두를 만큼 강철 체력을 자랑한다. 새 시즌 포부 또한 원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성실함을 보고, 후배들은 프로선수의 기본자세를 배운다. 이명수 타격코치는 “송지만은 운동을 대하는 자세만으로도 모범이 되는 선수다. 게다가 틈틈이 후배들을 (기술적으로) 봐주기도 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프로 16년차 베테랑은 이런 주변의 박수소리에도 무덤덤하기만 하다.“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야구가 더 즐거워요. 이제야 조금씩 야구가 보이거든요.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러니 고참역할도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통산최다홈런 도전? 한걸음씩 내딛다보면…
2010년 9월24일 잠실 두산전. 송지만(38)은 프로통산 6번째로 300호 홈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가 프로 15년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지 못한 해는,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던 2003년(9개)뿐이다.
통산 사구 4위(140개)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오랜 기간 견제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꾸준했던 걸음은 지난 시즌에도 계속돼, 17개의 홈런을 통산기록에 덧붙였다.
그는 “이제 통산최다홈런(양준혁·351개)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있다”고 했다. 본인의 기록과는 51개차다. “3년에서 5년은 더 뛰고 싶어요. 아직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송지만은 올시즌 넥센의 유력한 지명타자 후보다. 체력적인 안배도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배리 본즈(762개) 이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홈런 기록을 보유한 행크 에런(755개)은 단 한 번도 5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양준혁(42)은 단 한번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었다.
통산기록은 화려함이 아니라 꾸준함의 산물이다. 그리고 홈런타자였지만, 시즌 홈런 1위에는 한번도 오르지 못했던 송지만도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고 있다. 과연 그 우직한 걸음의 마침표는 어디일까.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글·사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