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
노부부 중 할머니가 먼저 죽었다. 죽은 지 이틀 만인가 동네 사람 몇이 거들어 뒷산에 묻으며 막걸리 몇 잔을 무덤에 부어 주었다. 두어 달 후 할아버지도 죽었는데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다가 옆집에서 냄새 때문에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 몇이 시신을 가마니에 말아 지게에 지고 가 할머니 옆에 묻어 주었다.
새해 들어 100세 이상 사는 고령화 시대가 곧 온다고 야단이다. 40세 전후인 사람 중 거의 절반이 100세까지 살 거란다. 장수는 축복이다. 그러나 건강하고 생활 걱정이 없어야 축복이지 병으로, 치매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100세를 산들 무슨 축복인가.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국가 재정난과 국민연금 고갈이 우려되고, 노인들을 부양해야 할 자녀들도 늙어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퇴직한다는데 이들은 또 누가 돌봐 줄 것인가. 저출산 100세 시대는 국가나 우리 모두에게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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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의 희망은 젊은이다. 아이를 낳는 일은 축복이다. 첫울음을 터뜨리고 고물고물 움직이는 갓난아기를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보라. 세상을 처음 쳐다보는 순간의 아기 눈을 보라. 아기가 식구들을 쳐다보며 방긋방긋 천사같이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정은 가족 간 사랑과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곳이다. 그들이 젊은이가 되어 일터에서 힘차게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라. 그들의 합창소리를 들어보라. 그들의 끓는 피가 국가를 지키고 경제를 발전시키고 세상을 움직이며, 이들이 품고 있는 이상이 우리들의 희망을 꽃피우게 한다. 젊은이들이야말로 삶을 풍부하게 하며 인류의 역사를 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들이 우리의 노후를 받쳐주고 보듬어 줄 아들과 딸이다.
자식 없이 늙어 쓸쓸한 빈집에서 강아지도 못 키우는 쇠잔한 모습으로 몸이 아파 눕는지도 모르게 죽어 사라지는 외로운 일생을 생각해 보았는가. 서두에서 설명한 모습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재앙을 막는 방법은 출산을 장려하는 일 외에는 없다. 어렵더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기쁨과 행복과 보람이 따른다는 걸 젊은이들이 알아야 한다. 젊은이들이여, 용기를 내라. 아기 낳는 것은 축복이다.
임재훈 성균관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