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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The Star] SK 고효준 “류현진표 하체 밸런스 다운로드중!”

입력 | 2011-02-15 07:00:00

365이닝서 385탈삼진 …309개 사사구는 ‘숙제’…류현진 폼 보고 또 보고



SK 고효준


SK 고효준은 프로 데뷔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힘차게 볼을 뿌릴 것을 약속했다. 스포츠동아DBSK 고효준이 프로 데뷔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2009년 11승을 올리며 주목받는 투수로 성장한 그는 지난해도 51경기에 나가 8승을 기록했다. 지난 2년의 활약으로 고효준은 억대 연봉 선수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군문제로 해외전지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그의 국내훈련을 양상문 전 롯데코치에게 맡겼다. 달라진 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왼손투수 왕국인 SK에서도 고효준의 직구와 커브는 최고로 평가받는다. 선발로 고정 등판할 수만 있다면 15승도 가능한 능력을 갖고 있다.

올해 그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지난해 우승 때는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올해는 꼭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년의 경험을 통해 고효준은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 류현진을 배운다


고효준은 탈삼진 능력이 뛰어난 투수다. 데뷔 후 365이닝 동안 무려 385개의 삼진을 잡았다. 시속 145km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커브는 리그 정상급이다. 삼진 만큼 사사구가 많다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365이닝 동안 309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좋은 날과 나쁜 날, 그는 전혀 다른 투수다.

고효준은 요즘 한화 류현진의 투구밸런스를 배우고 있다. “현진이의 투구폼을 집중해서 보고 있습니다. 하체밸런스가 정말 대단합니다.” 고효준의 팔동작은 류현진 못지 않게 뛰어나다. 하체밸런스만 갖춰진다면 훨씬 위력적인 투수가 될 것이라는 게 양상문 코치의 판단이다.

주저 앉았던 왼쪽 무릎을 세우고 하체로 피칭을 리드하는 동작을 만드는데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세게 던지려고만 했는데 현진이 투구폼을 보니까 밸런스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 “나 살리려면 잘 던져”

2009년 스프링캠프 때 고효준은 3000개가 넘는 공을 던졌다. 당시 고효준의 전담포수는 김정준 코치였다. 캠프기간 김 코치는 고효준의 컨트롤을 향상시키기 위해 특별훈련을 실시했다. 요구한 공이 아니면 받지 않는 방법이다. 작고한 명포수 심재원(전 LG)이 선동열 전 삼성감독의 컨트롤을 끌어 올리기 위해 썼던 방법과 같은 것이다.

시속 140km가 넘는 빠른 공이 김정준코치의 얼굴을 강타했다. 무릎과 가슴에도 공이 날아들었다. 마스크와 포수장비를 했지만 충격은 보통이 아니었다. 김 코치는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고효준은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집중력을 최대한 살려야 했다. 단순히 미트를 보는 게 아니라 미트속의 한 점을 보고 던졌다. ‘대충 던져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갖게 됐다.

● 김성근 감독님은 아버지

1월1일, 김성근 감독에게 전화로 새해 인사를 드렸다. 받지 않았다. 문자로 새해인사를 다시 보냈다. 1시간 뒤 장문의 답장이 날아왔다.

“그렇게 긴 문자는 처음이었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라는 말씀부터 올해는 힘든 해가 될 수 있으니 더욱 철저히 준비하라는 말씀, 그리고 투구폼, 한국에 남았다며 훈련스케줄과 몸상태까지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점검해 주셨어요.”

고효준은 김성근 감독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2008년 시즌뒤 트레이드를 요청할 때 김 감독은 “그 마음이면 됐다”며 울먹이는 고효준을 안아줬다. 2년 동안 선발과 불펜 가리지 않고 등판할 때 가끔씩 그를 방으로 불러 “힘들지 않으냐, 팀을 위해 네가 수고가 많다”며 격려해 주곤 했다.

“감독님은 저에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주신 분입니다. 항상 다정하셨죠. 저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감독님 방을 두드립니다.”

SK 고효준은 프로 데뷔 10번째 시즌을 맞는다.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쳐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힘차게 볼을 뿌릴 것을 약속했다. 스포츠동아DB


● 야구에 미친 사람

고효준은 아파트 12층에 산다. 지난 2년 동안 고효준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걸어서 올라가고 걸어서 내려온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그에게는 중요한 훈련이다.

고효준의 부인 김민영 씨는 “남편은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한다.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일어나 섀도우 피칭을 하곤 한다. 고효준은 인천과 제주에서 양상문 코치와 하루 10시간씩 훈련을 실시했다. 해외 전지훈련은 가지 못했지만 결코 적지 않은 훈련량이다. 그는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하는 선수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김성근 감독을 참 많이 닮았다.

●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양상문 인스트럭터는 고효준이 신인이던 2002년 롯데 투수코치였다. 양 코치는 “효준이는 좋은 팔동작을 가지고 있다. 스윙 스피드만 놓고 보면 국내 최고”라고 평가했다. 요즘 고효준은 양 코치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배운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투수는 몸이 힘들게 마련이다. 선발만 하면 12승 정도는 충분하다. 마인드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 2년 동안 고효준은 90경기에 출장했다. 선발은 29경기, 중간으로 61경기에 나갔다. ‘롤러코스터’라는 달갑잖은 별명을 갖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스윙맨’의 어려움이 있다. 선발, 불펜 몇 번 왔다갔다 하면 몸이 정상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등판 전에 이미 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팔이 안좋다. 오늘 컨디션이 별론데….” 올해는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인 마음으로 즐겁게 마운드에 오를 생각이다.

● 생애 최고의 피칭을 꿈꾼다

고효준은 올시즌을 끝내면 군대에 간다. 군대에 가기 전에 팀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기는 게 그의 목표다. 또 하나의 꿈은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마운드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2년 동안 정신없이 던지면서 야구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좀 더 나아진 저를 기대합니다.”

2002년 롯데에 2차 1번으로 입단한 고효준은 투구폼을 수도 없이 바꿨다. 2005년까지는 오버핸드와 사이드암을 섞어서 던졌다. 김성근 감독 취임후 2년 동안은 탈장수술과 어깨, 팔꿈치부상으로 1군에 오르지도 못했다. 힘들었던 시련의 시간들을 고효준은 이겨냈다.

올시즌 고효준의 꿈은‘생애 최고의 피칭’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열정과 집념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고효준은?

▲ 생년월일=1983년 2월8일
▲ 출신교=서원초∼세광중∼세광고
▲ 키=179cm·71kg(좌투좌타)
▲ 입단=2002년 롯데 2차 1번(전체 6번)∼ 2003년 SK로 트레이드
▲ 2011년 연봉=1억원
▲ 2010년 성적=51경기 106.2이닝 8승 6패 2세이브 1홀드, 방어율 5.15, 101탈삼진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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