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용산구 LG디스플레이 본사 3층에 있는 ‘아이패드 존’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 여러 대가 설치돼 있다. 이 회사는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 패 널을 가장 많이 공급해 지난해 ‘애플 특수’를 누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아이패드는 자사(自社)의 우수한 기술인 ‘IPS(LCD)’로 만들어진 9.7인치(1024×768) 패널이 내장된 태블릿PC입니다.’
이 회사는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애플의 요청에 따라 자신들이 아이패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가장 많이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아이패드 전용 공간을 따로 만들 정도로 애플 납품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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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지난해 세계적으로 아이폰 4700만 대와 아이패드 1480만 대를 팔았는데 올해는 이보다 각각 60%와 150%가량 급증한 7500만 대의 아이폰과 3650만 대의 아이패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제품들은 모델 수가 적은 대신 경쟁사보다 가격대가 높아 부품업계로선 대목을 맞은 셈이다.
특히 최근 애플이 납품 단가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날로 급증하는 제품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부품업체 수를 적극 늘리기로 한 것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만들면서 LG로부터 가장 많은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입했지만, 새로 나올 아이폰5와 아이패드2에선 LG의 납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삼성 LCD를 새로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애플 납품을 겨냥해 기존의 VA 방식(전기를 가하면 디스플레이 안의 액정이 수직으로 움직이는 기술)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IPS 방식(액정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기술) 제품인 ‘슈퍼 PLS’ LCD를 개발했다. 당초 IPS LCD의 한계(가격이 비싼 것)를 주장하던 삼성이 방향을 튼 것에 대해 업계에선 IPS LCD를 ‘레티나(망막) 디스플레이’라며 칭찬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로부터 LCD와 반도체 등 총 78억 달러(약 8조7500억 원)의 부품을 구입해 소니를 제치고 삼성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이폰-갤럭시S’ ‘아이패드-갤럭시탭’으로 맞서고 있는 애플을 반도체와 LCD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두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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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