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은 이런 질문을 듣기가 어려웠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도살 처분한 돼지가 급증했기 때문이죠. 구제역이 발생해 가축 이동이 금지된 지역에서 도축된 돼지에서 나온 간, 허파, 피, 지방 등 부속물은 그동안 구제역 예방 차원에서 모두 폐기 처분했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 내장 유통 물량이 급감하면서 순댓집에서 내장이 사라지는 유례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기자도 설 연휴 직후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분식집에서 순대를 주문했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2500원을 내면 일회용 그릇에 순대와 내장을 가득 담아주던 곳인데, 이날은 가게 주인이 대뜸 “내장이 없어도 괜찮겠느냐”고 묻더군요. 저녁 장사를 시작도 안 한 초저녁인데 좌판에는 내장 없이 둘둘 말린 순대만 있었습니다.
구제역 백신 1차 예방접종이 끝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13일 소, 돼지 도축 부산물 유통 재개를 허가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내장 수급에 숨통이 트이면서 실종됐던 돼지 내장도 조만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돼지 피는 계속 유통 제한 품목에 묶여 선지를 재료로 쓰는 정통 순대점과 선지국밥집 등은 당분간 재료난으로 신음할 것 같습니다. 구제역이 하루빨리 퇴치돼서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순댓집의 내장 인심도 다시 살아나기를 바랍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