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캠프서 꼭 혼자 식사하던데 이유는?“웃으며 밥먹고 싶은데 후배들이 날 피하네”Q2. 무서운 캡틴인 거 형도 아시죠?무게만 잡는 스타일 아닌거 잘 알지?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고!Q3. 불혹의 현역선수…장수비법은?솔직히 힘들어도 즐기는 수 밖에 없어나이가 먹을수록 매 순간이 중요하지
이숭용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남자다움’이다. 선수로서 선 굵은 야구를 해왔고, 캡틴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온 덕분이다. LG로 떠난 정성훈이 아직도 이숭용을 잊지 못하는 것도 그런 매력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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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타이저
정성훈(31·LG)과 이숭용(40·넥센)은 9년차 선후배지만, 각별한 사이다. 정성훈이 KIA에서 현대로 트레이드 된 2003년은 ‘영원한 캡틴’으로 불리는 이숭용이 처음 주장완장을 찬 해였다. 이숭용은 정성훈을 친동생처럼 다독이며 새 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줬고, 정성훈 역시 이숭용을 잘 따랐다. 2008시즌 직후 정성훈이 LG로 이적하면서 소속팀은 갈리게 됐지만, 둘의 우애만큼은 변함이 없다. 한편 이숭용은 1998년 자신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함께 했던 SK 김경기(43) 코치를 다음 인터뷰 대상자로 지목했다.
● 정성훈이 이숭용에게
평소 남들 앞에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서는 그냥 하던 대로 편하게 형이라고 할게요. 2003년 현대에 가서 숭용이 형을 처음 만났으니까 올해 벌써 9년째네요. 처음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선배는 아니었어요. 그때 제가 형을 찾아가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했는데, 사실 제가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아마 그땐 저도 살기 위해 그랬던 모양이에요. 하하하. 형을 생각하면 항상 고마운 기억밖에 없어요. 유난히 잘 챙겨 주시고…. 우리 만나면 생긴 거하고는 달리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서너 시간쯤은 가볍게 수다를 떨잖아요. 형은 항상 쓴소리 잔소리 하시고. 다 저 잘 되라고 하시는 말씀인 거 알아요. 저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날씨는 좋아요? 연세도 있으신데 건강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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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네가 트레이드 됐을 때 당시 KIA에서 뛰던 최상덕(넥센 코치)·가내영(제물포고 감독·이상40)에게서 전화를 받았어. 하나같이 “성훈이 좀 잘 봐 달라”고 하더라고. 그 때 알았지. ‘이 녀석이 KIA에서 행동을 잘 했구나.’ 네가 나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도 고마운 기억이 있어. 몇 년도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삼성과의 경기였던 것 같아.(2007년 5월25일 수원 삼성전 2-2로 맞선 연장11회말) 1사 만루에서 내가 3루주자였는데 (김)동수(넥센코치) 형이 끝내기 안타를 쳤거든. 난 너무 좋아서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뛰었는데 홈 플레이트를 밟자마자 네가 그러더라. “선배님, 뭐하세요. 정신 좀 차리세요.” 솔직히 그 때는 화가 났어. ‘어린 녀석이 선배에게 무슨 얘길 하는 건가….’ 그런데 그 날 TV로 하이라이트를 보니,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더라. 만약 홈으로 송구가 제대로 됐다면 난 포스아웃이었어. 부끄럽고 미안하고, 또 너에게 고맙더라. 다음 날 내가 너에게 사과를 했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다. 9년 후배지만 그 때 참 네가 어른스러워보였다. 내게 ‘야구는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라는 것을 가르쳐줬으니…. 플로리다 날씨는 생각보다 너무 좋아.네 말대로 연세(?)가 있으니 건강 잘 챙길게. 고맙다.
-예전부터 의문이 있었어요. 캠프에서 꼭 혼자 밥을 먹더라고요. 왜 그렇게 힘들게 주장을 맡아 가지고…. 주장은 그래야 하나요? 후배들하고 같이 밥도 먹고 부드럽게 할 수도 있잖아요.
“주장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애들이 나를 피해. 내가 좀 무서운 가보다. 나도 후배들이랑 웃으며 밥 먹고 싶은데 애들이 내게 오질 않는데 어쩌겠니. 너도 손가락 부러졌냐? 전화 좀 하고 살자. 나이 먹으면 잘 삐치고, 삐치면 오래간다.(웃음) 내가 주장을 좋아 한다기보다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인데 내게 기회가 자주 왔을 뿐인 것 같아.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모두 주장을 했네. 내가 무게만 잡는 성격이 아닌 것은 너도 잘 알지? ”
-형은 어릴 때 정말 야구 못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형 말대로라면 그 실력으로 어떻게 이 나이까지 버티고 있는지 궁금해요.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버티고 있어요? 나이 들어서 야구하는데 가장 힘든 게 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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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덩치만 보면 홈런타자잖아요. 왜 덩치에 안 맞게 컨택만 해요? 하하하. 그리고 형은 치다가 파울이 날 때 항상 맞는 데만 맞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홈런 많이 치려고 엄청 노력을 했어. 그래도 안 되는 것을 어쩌겠냐.(이숭용의 시즌최다홈런은 2002년 19개) 나도 많이 답답했어. 하지만 사람마다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법이잖아. 그래서 2000년 이후에는 중·장거리 타자의 길을 택했지. ‘왜 맞는 부위(오른쪽 복사뼈)만 맞느냐’고? 약올리냐?(웃음) 아마 스윙의 문제겠지. 타이밍이 늦으면 배트 밑 부분에 공이 맞으니까. 그 부분은 하도 맞아서 이제 감각도 없다.”
-가끔씩 저를 쥐어박고 싶었을 텐데, 형 성격에 어떻게 참았어요?
“참았다기보다는 너는 놓아둘 때 더 잘하는 녀석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너는 얼핏 보면 운동을 대충대충 하는 것 같아도,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잖아. 네 스스로 깨닫고 움직여주길 바란 것이지. 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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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2003년에 처음 주장을 맡고 나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 후배들에게 무섭게도 해 보고, 또 농담도 해보고…. 사람은 모두 다르잖아. 후배들 개개인의 성격을 잘 알아야 맞춰갈 수가 있거든. 나는 인간관계는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믿어. 진심은 통한다고 하잖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지. 나도 그랬던 선배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아.”
-저보고 항상 ‘LG 가더니 변했다’고 그러시는데, 정말 형한테 그 얘기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도대체 뭐가 변했다는 거예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변한 게 없는지.(웃음) 사실 좋은 의미에서 한 말이야. 너도 이제 나이도 있고, 고참급이라서 그런지 더 책임감을 갖는 것 같아. 만약 선배가 똑바로 하지 않으면 후배들도 따라하거든. 백 마디 말보다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지. 네가 그런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 한 말인데…. 마음이 많이 쓰였다면 이제 안 해야겠다.(웃음)”
-이제 야구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슬슬 미래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어야할 텐데….
“이제 네가 날 완전히 보내는구나.(웃음)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은 느껴. 나 나름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도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이야. 성훈아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전에도 얘기했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지.”
● 이숭용은?
▲ 생년월일=1971년3월10일
▲ 학교=용암초∼중앙중∼중앙고∼경희대
▲ 키·몸무게=185cm·86kg(좌투좌타)
▲ 프로 데뷔=1994년 태평양 2차 지명(프로18년차)
▲ 2011년 연봉=1억7000만원
▲ 통산성적=1913경기 5993타수 1690안타(타율 0.282) 162홈런, 845타점
▲ 2010년 성적=124경기 326타수 90안타(타율 0.274)
정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