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 혈흔 2개 발견… 남편과 다투다가 생겼나
서울 마포경찰서는 10일 오피스텔 현장을 다시 정밀 검증한 결과 침대와 이불에서 지름 1∼1.5cm 크기의 핏자국 2개를 새로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이 혈흔이 두 사람이 안방에서 다투는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증거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했다. 감식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초 나올 예정이며 경찰은 감식 결과를 토대로 A 씨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A 씨 측은 “일상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묻을 수 있는 핏자국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 욕실에서 발견된 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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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사 결과 박 씨의 머리에서는 뒤통수 정수리 부위에 1.5cm가량 찢긴 상처 등 모두 6개의 상처가 발견됐다. 얼굴과 손목 등 곳곳에도 외부에서 가한 힘으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멍이 있었다. 부인이 사망하던 시간에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던 A 씨를 의심한 경찰은 A 씨 얼굴과 상체에서도 손톱에 긁힌 듯한 상처를 찾아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박 씨의 사인이 ‘목 압박에 따른 질식사로 보인다’는 소견과 함께 박 씨 손톱 아래에서 A 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결과를 보내왔다. A 씨는 ‘일주일 뒤 있을 전문의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사건 당일 오전 내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댔다.
박 씨의 친정 쪽 가족들은 “사위 A 씨가 게임에 몰입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A 씨 측은 “부부 관계가 좋은 편이었는데 처가 쪽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던 것을 심각하게 여긴 것 같다”고 반박하고 있다.
○ 경찰 vs 남편…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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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치과의사 모녀 사망사건’인가?
이번 사건은 1995년 6월 ‘치과의사 모녀 사망사건’과 묘하게 닮았다. 두 사건 모두 의사 부인이 숨졌고 남편인 의사가 용의자로 지목됐기 때문.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모녀의 살인범으로 경찰은 이들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외과의사 이모 씨를 지목했다. 당시 경찰은 이 씨가 평소 사이가 나빴던 아내 최모 씨(당시 31세)와 심하게 다툰 뒤 최 씨와 당시 두 살이었던 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집에 불을 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사건 발생 7년여 만인 2003년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다’며 무죄 확정 판결을 내렸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