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의 모태인 ‘대구동인의원’이 문을 열었다. 1952년 경북대 개교에 맞춰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그냥 ‘대학병원’이라고 하면 경북대병원을 가리키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구와 경북지역에 뿌리가 깊다. ‘한국의학발전의 살아 있는 역사’라는 표현처럼 경북대 의대와 병원은 지역 의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사이 경북대병원의 응급치료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정부 징계를 받는 수모와 함께 유달리 높은 자존심도 크게 구겨졌다. 설 연휴인 4일 경북대병원을 방문했던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주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김범일 대구시장과 조영래 병원장은 “응급진료를 비롯해 경북대병원이 모든 면에서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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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서 깊은 전통에는 든든한 뚝심을 낼 수 있는 힘이 들어 있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은 전통은 단순한 퇴적물이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경북대병원을 찾는 연간 130만 명가량의 환자뿐 아니라 많은 주민이 등을 돌리지 않는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100년을 이어온 경북대병원의 전통이 독(毒)이 아닌 약(藥)이 되도록 2000여 명의 의료진이 전통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아야 할 때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