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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기자의 킥오프]구자철에게서 캡틴 박지성의 모습이…

입력 | 2011-02-02 03:00:00


지난해 말 제주 서귀포에서 실시된 축구대표팀 전지훈련 때 일이다. 당시 최연소로 합류한 손흥민(18·함부르크)에게 ‘가장 본받고 싶은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란 대답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구)자철이 형이요”라고 한 것이다.

2009년 이집트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때 대표팀 스태프였던 차영일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대리는 최근 대표팀의 새 아이콘으로 떠오른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에 대해 “타고난 주장감”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동료 선수들의 화합을 유도하는 게 탁월해 차세대 캡틴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였다. 구자철은 당시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한국의 8강을 주도했다.

구자철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가 20세 이하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가자 어느 날 갑자기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케다 코치를 찾아가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웨이트트레이닝 방법을 알려 달라”고 졸라 며칠간 익힌 뒤 돌아와 틈나는 대로 훈련했다. 지난해 K리그에 거세게 분 제주 돌풍의 주역이었고 대표팀 주전을 차지한 뒤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축구인들은 구자철에 대해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을 닮았다고 말한다. 박지성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축구일기를 쓰며 축구에 매진했다. 작은 체격에 평발이란 약점을 극복하고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리며 한국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슈퍼스타임에도 한눈팔지 않고 축구에만 전념했고 늘 푸른 소나무 같은 플레이로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대표팀 내에서는 “지성이 형처럼 해야 성공한다”며 박지성 따라하기 열풍이 불 정도다.

박지성은 “내가 없어도 젊은 선수들이 부쩍 성장해 한국 축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은 아시안컵을 통해 구자철을 포함해 지동원(20·전남), 손흥민 등 신세대 선수들의 힘을 느꼈다. 박지성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출할 때쯤부터 본격적으로 공을 찬 월드컵 키즈. ‘박지성 DNA’를 이어받은 구자철 같은 젊은 선수들이 있기에 한국 축구는 여전히 희망적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