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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태어난 첫아들 얼굴도 못 봤지만…”

입력 | 2011-02-01 03:00:00

■ ‘구제역 격리’ 축산硏 설맞이




“지옥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전남도가 설 명절을 앞두고 구제역 청정지역 사수를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전남도는 지난달 30일 장성의 한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면서 “전남마저 구제역에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행히 이 신고는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안병선 전남도 축산정책과장은 “1차 육안조사에서 소들이 침 흘림이나 체온 상승 같은 구제역 증상을 보이지 않아 구제역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내심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확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내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이번 설이 구제역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총력 방제에 돌입했다. 현재 시도 및 시군 경계에 방역초소 270곳을 설치하고 차단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추가로 지급받은 구제역 백신 접종은 3일까지 완료하고 도내 농가에서 사용될 유기질 비료 전량을 전남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전남은 1934년 이후부터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이다.

전국의 축산 관련 기관 직원들도 아쉽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대부분 설 명절을 연구소와 회사에서 보낼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은 설 기간에 과학원 안에서 직원을 위한 합동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과학원은 “설인 3일 오전 과학원 대강당에서 직원 150여 명이 모여 합동 차례를 지낼 예정”이라며 “구제역으로 인한 출입금지가 길어지면서 각종 경조사를 챙기지 못하는 직원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원 관계자는 “일부 직원은 최근 첫아들과 딸이 태어났지만 아직까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제역 방역으로 40일가량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는 강원 횡성군 강원도축산기술연구센터 직원들도 무거운 마음으로 설을 맞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사육하는 암소 2마리가 구제역에 걸려 한바탕 홍역을 치러 감염 우려 때문에 직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 센터 직원 20명은 설날 합동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박연수 실험담당(49)은 “돌아가신 아버님 차례를 지내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남아 있는 우량 종축(種畜)을 지킨다는 각오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제역 백신 접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가축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하기로 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위험지역(발생지점 반경 3km 이내)은 백신 접종 후 3주가 지난 시점부터, 경계지역(반경 10km 이내)은 2주가 지난 시점부터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며 “가축방역관이 농가의 소·돼지에 대한 임상 검사를 실시해 이상이 없으면 해당 지역의 소와 돼지는 자유롭게 출하·판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화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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