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압송후 수감 3일째
호송차량으로 이동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이 31일 오전 수사본부가 있는 남해해양경찰청에서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량에 오르고 있다. 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하지만 해적들이 희망대로 한국 국적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력 전과범은 귀화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과자라고 모두 귀화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죄가 무겁고 고의성이 명백하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부산 압송 후 지금까지 제공된 한식 백반을 남기지 않고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도 잘 적응했다. 해적들을 수감하고 있는 부산해양경찰서 측은 “해적들이 31일 아침에 제공된 밥과 김치, 두부구이 등을 ‘굿(Good)’이라는 감탄사까지 연발하며 모두 남김없이 비웠다”며 “특히 쌀밥과 김치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요리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말리아인들의 주식은 찰기가 없고 길쭉한 쌀인 ‘인디카’. 야채도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맵게 양념을 한 김치는 양념을 거의 쓰지 않고 요리하는 소말리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해적들은 군인(알둘라 알리, 아부카드 아에만 알리)과 어부(무함마드 아라이)출신이지만 영하 7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이들이 열대지방 출신임을 감안해 유치장에 히터를 가동하고 바닥에 설치된 전기패널도 작동시켰지만 해적들은 “이불을 더 갖다 달라”고 요구하는 등 난생 처음 접하는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했다.
해경이 해적들에 대해 비교적 좋은 대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한 해적을 왜 이렇게 환대하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경은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제사회에 한국 사법절차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투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