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온의동 배동천씨 ‘돌 사랑’ 스토리
수석 수집가 배동천 씨와 강원 춘천시 온의동 자택에 보관 중인 다양한 형태의 수석. 배 씨는 자신의 집에 3만5000여 점의 수석이 있다고 밝혔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 온의동에는 박물관같지 않은 박물관이 하나 있다. 지난해 별세한 코미디언 배삼룡 씨의 조카인 배동천 씨(64)의 자택 수석(壽石)박물관. 배 씨의 집과 마당에는 40여 년간 모아온 약 3만5000점의 수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형형색색의 돌들은 마치 깊은 동굴 속에서 종유석과 석순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 수석에 빠진 40년
젊은 시절 건설업을 했던 배 씨는 스스로를 ‘돌광(狂)’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생을 본업 대신 수석에 빠져 살았다. 수석이란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기 전인 1970년부터 산과 계곡을 찾아다니며 돌을 수집하고 보관한 것. 수석 수집을 위해 방문한 국가만 해도 40개국을 넘는다. 중국은 100여 차례나 방문했다. 배 씨의 수석 사랑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여행을 함께 다니면서 시작됐다. 아버지와 함께 산과 계곡을 다니던 도중 돌을 접하게 되고 그 다양한 모습과 색에 매료됐던 것.
광고 로드중
○ 이 돌을 어찌 할꼬….
최근 배 씨는 애써 모은 수석의 처리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배 씨 집이 도시개발사업 대상 지역에 포함돼 이사를 가야만 하기 때문. 집은 보상비가 나오지만 수만 점에 이르는 수석 운송비는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 수석은 미술품과 마찬가지로 운반 도중 파손 우려가 있어 특별 포장이 필요하다. 배 씨는 자신이 보유 중인 수석의 가치를 밝히기를 꺼렸지만 주위 사람들은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있다고 말한다.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춘천도시개발공사가 산출한 운반비용은 약 5000만 원. 그러나 배 씨가 직접 산출한 비용은 1억7000만여 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여기에는 수석 외에도 도자기, 고서화, 민예품, 분재 500여 점의 운반비용도 포함됐다. 수석을 옮기는 나무상자를 대중소로 나눌 경우 무려 4600여 개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다 운반 시 충격을 줄이기 위한 비닐캡과 인건비, 크레인 사용료, 차량 비용 등도 필요하다. 춘천도시개발공사와 워낙 견해차가 커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배 씨의 진짜 소망은 수석박물관을 만드는 것. 지방자치단체가 나선다면 기부할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시간 돌과 함께하다 보니 이제는 돌과 대화를 나눌 정도”라며 “어딘가에 이 수석들을 영구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