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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구제역, 장태평 담화문과 유정복 담화문

입력 | 2011-01-29 03:00:00


정부가 지난해 구제역 사태를 두 차례 겪으면서 내놓은 대(對)국민 담화문의 내용이 판박이다. 12월 15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연단에 선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정부는 경기 양주 연천지역 돼지사육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관리 태세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8개월 전인 4월 22일 맹 장관과 함께 마이크를 잡은 장태평 당시 농식품부 장관은 “정부는 충북 충주의 돼지사육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위기관리 태세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구제역 발생 지역만 경기에서 충북으로 바뀌었다.

이어 유 장관은 “축산농가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방역대책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장 전 장관의 담화문과 완전히 일치하는 문장이다. 유 장관의 담화문은 1928자로 1709자였던 장 전 장관의 담화문보다 219자 늘어났다. 가장 큰 차이는 유 장관이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관을 단장으로 하는 구제역 정부합동지원단을 경기도 제2청사에 설치하여…”라는 문장(105자)을 추가한 점이다. 장 전 장관이 ‘구제역 발생 지역의 쇠고기 돼지고기 등은 시중에 유통될 수 없으므로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라고 했던 것을 유 장관은 ‘국민 여러분은 우리 축산물을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 구제역 발생 지역의 쇠고기 돼지고기는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다’라고 고쳤다. 일부 단어를 바꿔 넣었지만 주요 정보는 100% 똑같다.

담화문이 나오던 시점의 구제역 확산 및 피해 상황은 크게 달랐다. 12월 15일은 구제역 발생 17일째로 가축 도살처분이 무려 15만여 마리에 이른 시점이다. 4월 22일은 구제역 발생 14일째로 4만여 마리를 도살처분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축 전염병 때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구성한 것은 12월이 처음인데도 ‘앵무새 담화문’을 낸 것이다. 농식품부가 사상 초유의 구제역에 얼마나 성의 없이 대처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정부는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면 그에 걸맞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국민에 요구했어야 옳다.

도살처분 가축이 288만여 마리에 이르러 축산업의 기반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어제 “지난 50년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구제역이 한국에 발생했다”며 아시아 각국에 경계령을 내렸다. 어제 유 장관은 “현재 구제역 사태를 조속히 종식하고 수습한 다음 깨끗이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밝혔다. 그는 장관을 그만둬도 국회로 돌아가면 그만이겠지만 축산농정은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졌으니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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