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주요도시서 동시다발 집회… 대테러부대도 봉쇄 나서휴대전화-인터넷-SNS 차단속 최대 야권 무슬림형제당도 동참
반정부시위 나선 엘바라데이 28일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나흘째 계속된 대규모 반정부시위에 참여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가운데)이 지지자들의 호위를 받으며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에 더는 선택의 여지가 남지 않았다”며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경찰의 물대포 세례를 받았다. 카이로=AFP 연합뉴스
이날 이집트 정부는 시위를 불허했지만 카이로뿐만 아니라 지중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알아리시, 카이로 남쪽 알수이트 등지에서 시위대 수만 명이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대는 고무탄 최루탄 물대포를 쏘는 경찰에 맞서 투석전을 펼치기도 했다.
카이로 도심 람시스 광장의 알누르 모스크 주변에서는 시위대 수천 명이 경찰과 충돌했고 최루탄이 모스크 안에서 터져 여성 신도들이 뛰쳐나오기도 했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시위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응원의 휘파람을 불거나 이집트 국기를 흔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전날 “시위가 계속된다면 결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정부는 전투경찰은 물론이고 시위 진압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대테러특공부대까지 타리르 광장을 포함한 주요 결집지에 배치했다. 25일 1만5000여 명이 집결해 밤늦도록 반정부 구호를 외쳤던 타리르 광장은 원천 봉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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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이종훈 특파원
시위가 격화되자 집권 국민민주당(NDP) 소속인 무스타파 알페키 의회 외교위원장은 알자지라 TV에 나와 “시위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며 “혁명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례없는 개혁이 필요하다”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나흘 간의 시위는 ‘4월6일운동’이라는 청년그룹이 SNS로 독려했다. 특정 정치이념세력의 지시권 내에 있지 않은, 계층도 직업도 종교도 다른 젊은이들이 거리를 누볐다.
카이로=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