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롯데호텔서울에 ‘롯데호텔박물관’을 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때 나돌던 건강 악화설을 일축하고 정정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경영활동을 하는 신 회장이 3월 국내 최초의 호텔 박물관을 연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 1층 옛 위스키 바 ‘윈저’ 자리(83m²·25평)에 들어서는 ‘롯데호텔 박물관’이다.
롯데그룹이 2년여를 준비해 온 이 박물관은 롯데호텔의 역사를 비롯해 국내 관광산업 발전사를 총망라해 보여줄 계획이다. 국내 호텔들의 역사 자료와 사진이 전시된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이 박물관 설립을 신 회장의 업적 정리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물관에 ‘롯데’ 브랜드 명칭의 유래, 신 회장이 살아온 길 등을 보여주는 ‘역사 존(Zone)’이 구성되고, 신 회장의 흉상도 세워지기 때문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당초 신 회장 형상을 밀랍인형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실존 인물이라 흉상 설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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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의 전신은 1936년 국내 최초의 상업호텔인 반도호텔이다. 일본인 사업가가 지었던 이 호텔은 1962년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인수했다가 정부의 민영화 작업으로 1973년 롯데의 품에 안겼다. 일본에선 생활잡화 사업, 국내에선 제과사업을 하느라 당시 호텔 경영 경험이 전혀 없던 신 회장이 이 호텔을 떠안은 건 산업 불모지에 기업을 일으켜 나라를 세운다는 그의 ‘기업보국’ 경영철학 때문이었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8층이었던 옛 반도호텔은 1979년 37층 높이의 현 롯데호텔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롯데호텔에 대한 신 회장의 관심과 애정은 지극하다. 호텔 설립 때부터 운영되다가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롯데호텔서울 지하 1층의 펍 ‘보비 런던’의 집기는 신 회장이 직접 영국에서 들여온 것이었다. 그는 홀수 달에 롯데호텔서울 34층에 머물 때면 직원들이 다니는 동선으로 호텔을 구석구석 점검한다고 한다.
신 회장이 롯데호텔박물관 개관과 함께 잠실의 제2 롯데월드(2015년 준공), 베트남 롯데센터하노이 건립(2013년 목표)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2, 3세의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백화점 사장의 딸인 장선윤 씨(40)는 2007∼2008년 롯데호텔 마케팅 부문장(상무)으로 일한 뒤 지난해 12월 과자·빵류 제조, 와인 수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블리스’(롯데그룹의 74번째 계열사)라는 회사를 차렸다. 롯데백화점은 지하 식품 코너에 ‘블리스’ 제빵 매장을 입점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월 롯데호텔서울 지하(3300m²·1000평)에 쇼핑 아케이드를 만든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