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은 축출된 독재자의 부정 자산을 몰수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절차와 요건을 완화시킨 것. 과거에는 유죄를 입증할 증거와 함께 본국이 공식 협조를 요청할 경우에만 계좌 수사 및 자금 송환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해당국이 불법자금 환수를 위한 완벽한 법적 시스템과 요건을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은행이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복잡한 송환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환수된 자금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돼야 하고, 필요한 경우 국제단체나 NGO로 넘길 수 있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부정부패로 축적된 불법 자금은 연간 최대 400억 달러에 이르지만 이중 50억 달러 정도가 간신히 회수되는 실정이다. 신흥국 정치인들의 불법자금을 감시하는 단체들은 "불법자금의 세탁과 은닉을 막고 회수를 촉진하기 위한 보다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스위스 정부는 최근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대통령과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벤 알리 대통령의 부인이 망명 직전 1.5t 규모의 금괴를 빼내갔다는 사실 등이 보도되면서 취한 긴급 조치다.
한편 각국 공조 및 금융기관들의 협조 강화, 실명제를 통한 투명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도 논의 중이다. 비자금을 회수하면 오랜 독재로 피폐해진 저개발 국가들의 빈곤퇴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독재자의 불법자금 추적에 협조해온 회계컨설팅업체 '그랜트 쏜튼'의 케빈 헬라드 씨는 "범죄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보다 이들의 재산을 환수하는 데 최근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