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설은 고향서” 삼삼오오 돌아와 집 고치고 희망 설계
25일 오후 북한의 포격 도발로 쑥대밭이 됐던 연평도 주택가를 한 주민이 쓸쓸히 걷고 있다. 현재 연평도에서는 주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이 건설되는 등 복구작업이 한창이지만 예전 모습을 찾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평도=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설을 일주일여 앞둔 25일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갑작스러운 포격 도발로 쑥대밭이 된 연평도는 조금씩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깨진 유리창, 뒹굴어 다니는 가재도구 등 포격의 잔해들은 남아 있지만 마을 한편에서는 주민을 위한 조립식 주택이 만들어지는 등 복구가 한창이었다.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그날의 상처와 불안이 남아 있지만 새해를 맞는 희망도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 상흔은 남았지만…
25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한의 포격 도발이 있은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섬 곳곳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아 있었다. 직격탄을 맞은 한 여관은 그대로 주저앉아 있었고 그 위에는 하얀 눈만 덮여 있었다. 마을 낚시가게 수족관에는 우럭 등 죽은 물고기가 일부는 썩고 일부는 얼어붙은 채 나뒹굴었다. 숯덩이가 된 10채의 가옥에는 접근 제한을 알리는 노란색 테이프가 길게 쳐져 있었다. 골목에는 불에 탄 오토바이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연평초교 운동장에는 포격으로 집이 부서진 주민들을 위해 최근 지은 조립식 임시주택 39개동에 돌아온 주민들이 입주하기 시작했다. 3일 전 임시주택에 입주한 오연옥 씨(74)는 “북한의 포격으로 집이 불에 타 전 재산을 잃었지만 그래도 김포 아파트보다는 내 고향이 편하다”며 “우리가 섬에 살지 않으면 연평도와 꽃게 모두 북한 것이 되지 않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 그날의 악몽은 여전…
주민들은 “김포시의 임시거주 아파트에서 지내는 주민들 중에는 그날의 충격 때문인지 술과 담배가 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며 “일부 노인 중에는 천식에 시달리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