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재 TF는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주 한 차례 전문가 세미나를 연 게 전부다. TF 관계자는 “민주당이 무상복지 재원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진 마당에 우리가 먼저 논쟁의 장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관망 모드’로 접어든 것은 복지 이슈가 이중성을 띠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복지 논쟁이 내년 대선을 뒤흔들 ‘빅 이슈’가 될까. “그렇다”라고 보는 전망은 ‘경험칙’에 따른 것이다. 복지 이슈의 폭발력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이미 확인됐다.
○“복지는 대선 후보들의 정체성”
복지 이슈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도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생애주기별 복지’로 대선 행보의 시동을 걸면서 여야의 대선주자들은 복지 논쟁을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민주당이 연초부터 내놓은 ‘무상복지 시리즈’는 불붙은 복지 논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적인 박 전 대표가 복지 이슈를 선점한 만큼 다른 대선후보들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복지 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또 “지금까지 논쟁은 공짜 점심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머물렀지만 올해부터 복지정책 전반으로 논쟁의 스펙트럼이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많은 대선후보들이 이미 복지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요구에 맞서 주민투표 카드를 내놓으며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자신의 선택을 6·25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 비유하며 한나라당 전체를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끌어들이고 있다.
야권 후보들 역시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복지 이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손학규 대표가 주도하는 무상복지 시리즈에 맞서 “재원 대책 없는 복지는 거짓”이라며 각을 세운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부유세 도입이라는 다소 ‘과격한’ 대안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복지 논쟁에 가세했다. 그는 “무엇 때문에 국가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 주느냐”며 복지를 어떻게 실현할지를 놓고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유력 대선후보들이 백가쟁명 식으로 복지 논쟁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 상황으로만 보면 복지 이슈가 내년 대선 정국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복지, 대선 판도 뒤흔들 시대정신 될까
친이(친이명박)계의 중심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동아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복지는 어젠다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장관은 “복지는 민주정부가 존재하는 한 당연한 과제다. 어떤 정부든 복지를 확대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대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핵심 이슈는 아니라는 얘기다. 이 장관은 복지가 좌파 이슈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복지는 좌우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삶의 질 문제”라며 “복지가 좌파 프로젝트라는 건 100년 전 얘기”라고 일축했다.
반면 진보 진영의 대표적 이론가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의 시대정신으로 “한반도 평화 안착, 노동 문제, 복지”를 꼽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