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연세대 교수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소방차 20% 법정 내구연한 넘겨
고가사다리차만 낡은 것이 아니다. 생각도 낡았고 제도도 낡았다. 장비의 유지관리는 건강관리와 같다. ‘일상으로, 스스로’가 기본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지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노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서류상으로 내구연한을 늘린다고 장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영세 제조회사가 문을 닫으면 사용하고 있는 장비의 보수와 유지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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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건물들의 동간 간격이 그렇게 좁은데도 그 사이에서 고가사다리를 펼쳐 세우니 불안정은 당연지사이다. 골목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더 높은 고가사다리차를 도입하겠다고 하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큰 차량들이 다니고 진입할 수 있는 도로는 있는가. 고가사다리를 안전하게 펼쳐 세울 수 있는 공간은 있는가. 우리의 공간구조와는 아주 다르고 걸맞지 않은 정책들이 항구대책은 아닐 것이다. 초고층아파트 지구에 특별소방대를 설치하고, 재난에 대비해 고가차량을 도입하고, 중대형 소방용 헬기도 준비하고… 이건 아니다. 초고층시설에는 첨단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입주민들은 적절한 훈련을 받도록 하여 자체 소방이 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소방차도 법정 내구연한을 넘은 것이 20%를 넘는다니, 법정 내구연한도 오뉴월 엿가락 늘이듯 해 놓은 것 아닌가. 기초자치단체에 모양새 좋게 배정돼 있는 소방차의 현황을 점검해 보면 한숨이 나오는 상태임을 누구나 느끼는 실정이다.
고드름 제거까지 소방관이 해야하나
정부조직이 아무리 방대하고 충실하다 해도 국민의 일상을 모두 지원할 수는 없다. 날로 복잡해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은 ‘나의 문제는 내가 해결한다’는 자세와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다. 또 자기 안전관리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원봉사를 통해 이웃을 돕는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의 전통인 상부상조 정신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도 버려야 하고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나아가서 공공예산의 가치를 다시 인식하고 형평성도 생각하는 예산 집행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고드름 제거 작업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소방관의 명복을 빌며 다치신 분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
조원철 연세대 교수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