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화면, 즉 스크린으로 공유하는 ‘N스크린’ 서비스다. 영화, 드라마, 음악 등 콘텐츠는 웹에 저장해 두고 스마트폰, 태블릿PC, 데스크톱PC, TV가 인터넷과 만나 언제든지 저장해둔 콘텐츠를 꺼내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스크린 기기들은 웹과 사람을 연결하는 ‘창’ 역할만 맡는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스크린의 정점에 있는 TV마저 인터넷과 연결되는 세상이 오면서 이 같은 N스크린 시장도 덩달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누가 더 빠르고 쉽게 여러 기기를 이어주고,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의 주인이 될지를 두고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뿐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새해 눈에 띄는 전략을 먼저 선보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사옥에서 콘텐츠 플랫폼 ‘호핀’을 중심으로 한 N스크린 전략을 발표했다.
SK텔레콤 전략의 특징은 여러 기기에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을 만든 점이다. 이 콘텐츠 플랫폼 이름이 ‘호핀’으로 여기에는 드라마, 영화, 뉴스, 뮤직비디오 등 3500여 개 콘텐츠가 들어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ID로 들어가 사이버머니 ‘도토리’로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올해 1분기(1∼3월)에 호핀 애플리케이션을 T스토어나 안드로이드마켓에서 내려받아 다양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도 추천해 준다.
또 다른 특징은 TV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셋톱박스 역할을 하는 전용 단말기로 삼성전자 ‘갤럭시S 호핀’이 필요하다. 거치대에 갤럭시S 호핀을 놓고 TV와 이어주면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TV에서 마저 볼 수도 있고, 호핀에서 다른 영화를 찾아 볼 수도 있다.
설원희 SK텔레콤 오픈 플랫폼 부문장은 “TV를 어떻게 인터넷과 호핀 플랫폼에 연결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전용 스마트폰을 TV와 이어주면 값비싼 스마트TV를 사지 않아도 쉽게 호핀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스마트TV가 대중화되면 TV 앱스토어에서 호핀을 내려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호핀을 TV, PC, 스마트폰 할 것 없는 글로벌 콘텐츠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콘텐츠 유통 시장을 잡아라
하지만 당장 소비자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SK텔레콤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갤럭시S 호핀 단말기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무선인터넷인 와이파이(Wi-Fi)에서만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고, 3세대(3G)망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속도도 느리다. 현재 소비자들이 N스크린 서비스를 진정 원하는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업체들이 N스크린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면 막대한 콘텐츠 유통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 칼럼니스트인 김지현 다음 모바일 본부장은 “극장에서 영화 보면 쇼핑도 하고, 팝콘도 먹지 않느냐. 유통이 돈버는 시대”라며 “TV 콘텐츠 유통까지 차지하면 어마어마한 광고시장까지 선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득은 없어도 남이 생태계의 중심이 되지 않게 내가 먼저 나서는 생태계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