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껴안아 숲을 지킨 사람들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지음 180쪽·1만 원·웅진주니어
하지만 이곳의 자연은 요즘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1950∼1990년 숲의 46%가 사라졌다. 이반족 등 원주민들은 1987년 벌목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숲 복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싸움은 힘겹기만 하다. 사라왁 원주민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바쿤 댐이 완공되면 삶의 터전을 등져야 할 것 같다.
책은 아시아의 ‘생물 문화 다양성’에 대한 보고서다. 생물 다양성과 문화 다양성이 통합된 이 개념을 통해 위기에 처한 자연과 소수민족 문화를 진단한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전체 생물의 20%가 사는 자연의 보고이며 세계 어느 지역보다 소수민족 문화가 다양하다.
인도까치밥나무도 열매와 잎, 뿌리, 꽃가루까지 모두 먹을거리와 약초로 사용한다. 숲에서 모든 걸 얻는 히말라야 사람들은 숲과 풀밭, 나무와 숲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1973년 벌목꾼들에 맞서 벌인 ‘치프코 운동’은 이들의 자연 사랑을 잘 표현한다. 치프코란 인도말로 ‘껴안기’를 뜻하는데, 가르왈의 여성들이 숲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껴안은 데서 유래했다. 나무를 안고 시위를 벌이는 여성들을 보고 벌목꾼들은 철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전남 신안군 증도도 아시아의 소중한 자연유산 중 하나로 꼽힌다. 증도에는 옛 사람들이 고기를 잡았던 ‘만들 독살’이 있다. 독살이란 바다를 돌로 쌓아 막은 것으로,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들어온 물고기를 쉽게 잡을 수 있다. 자연의 원리를 이용한 독살에서 조상들의 친환경 어로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