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이 영하를 맴도는 강추위가 한 달여간 지속되면서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파와 함께 몰아닥친 최악의 전력난의 주범으로 전기 난방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에 전기가 끊기는 등 전력부족이 국가경쟁력을 위협할 지경입니다.
문제는 왜 유독 전기난방만 늘었느냐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등유가격이 2배가량 뛰는 동안 전기요금은 12% 인상에 그쳤습니다. 국내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94%에 불과합니다. 전기가 다른 에너지보다 싸고 편리하기 때문에 난방수요가 전기 쪽으로만 몰려든 것입니다. 2004년과 비교해 올겨울 등유 소비는 55% 감소한 반면 전기사용량은 49% 늘었습니다. 결국 정부의 에너지정책의 실패가 한겨울 정전사태를 부른 근본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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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난이 심해지자 일각에서는 원전 건설을 통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단견입니다. 에너지는 값싸게 공급하면 할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번 늘어나면 되돌리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요즘 핫이슈인 복지정책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도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7%인 우리나라는 에너지 낭비가 심하고 효율이 지극히 낮습니다. 한겨울 아파트에서 반바지 반팔 차림인 곳은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을 겁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절약은 제5의 에너지"라고 했습니다. 개별난방을 자제해야 합니다. 내복을 입고 스웨터만 껴입어도 실내 난방온도를 2~3도 낮출 수 있습니다. 국민의 각성과 협조가 필요한 에너지위기의 시대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