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규대 경제·노동 평론가
오늘의 환율전쟁은 미중 간 무역불균형의 악화로 시작됐다. 중국은 미국 무역적자의 50%를 점유한다. 이로 인해 미국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약 3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 경상수지는 3분기 기준 연 3100억 달러 흑자이고 외환보유액은 2조6000억 달러로 각각 세계 1위다.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2위에 올라섰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을 막고 있어 위안화는 25∼40%가 저평가됐다. 그래서 중국산 제품은 세계의 저가시장은 물론이고 고가시장까지 침투해 선진국과 가난한 나라의 일자리까지 빼앗는다.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환율 저평가국의 수입품에 대한 과세를 비롯해 G20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통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가하지만 절상은 3% 미만에 그쳤다. 이런 환율전쟁 속에서 원화 환율은 작년 12월 13일 달러당 1140원으로 8월 말 대비 4.5%가 급락했다. 엔화를 제외한 아시아 10개국 통화 중 원화가 가장 급변동했다. 우리의 주요 수출산업인 자동차 정보기술(IT) 전자 조선에서 중소기업은 경쟁력 하락과 매출 손실 증가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을 넘어 1500원대까지 올라가자 고환율이 금융 패닉을 부른다며 보유 외환을 시장에 쏟고 환율을 내렸다. 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자 미국 중국 일본에 고개를 숙이고 통화 스와프 계약까지 체결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고환율에 대한 똑같은 대응으로 IMF에 무릎을 꿇었다.
고환율로 외국상품이 고가로 수입되면 물가 상승 이전에 경쟁 내수제품 분야에선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고, 저환율로 수입제품이 싸게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이 없는 내수산업은 몰락한다. 물가 조절의 거시경제지표는 금리이지 환율이 아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환율과 주가는 외국인 증권자금과 각종 투기자금이 좌우한다. 주가가 오르면 환율은 떨어지고 주가가 내리면 환율은 오르면서 서로 춤을 춘다. 외국인 투자자금에 천문학적인 주식과 환차익을 안겨주면서 그들의 배만 불려주는 대표적인 카지노 자본주의다. 작년 11월 11일 도이체은행은 주식시장 마감 10분 전에 2조 원의 주식을 대량 매도해 3000여억 원의 폭리를 챙겼다. 세계 어디에 이런 나라가 있는가.
한국 경제의 운명은 환율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와 외국자본에 어떻게 규제를 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