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여름 메이크업 개성 넘치는 ‘4色스타일’ 예고
올봄에는 화려한 팝 컬러 립스틱과 아이섀도를 사용한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왼쪽). 타고난 피부인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절제된 피부 표현도 중요해졌다. 사진 제공 맥
맥이 올해 봄여름 ‘잇 컬러’로 제안하는 색상은 형광 빛 오렌지색이다. 입술 표현이 강렬한 대신 피부 표현은 민얼굴처럼 절제된 느낌을 내는 게 관건이다. 입술이 동동 뜨는데, 피부 메이크업마저 두껍다면 무대 메이크업이나 가부키 화장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얼마나 피부 표현이 가벼워졌는가 하면,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은 이번 시즌 자신의 패션쇼 백 스테이지에 화장품을 딱 세 종류만 뒀다. 모이스처라이저, 립 컨디셔너, 컨실러. 즉 얼굴과 입술을 촉촉이 한 뒤 잡티만 살짝 가려준다는 뜻이다.
변 아티스트는 말했다. “왜 이런 트렌드가 왔나 생각해봤어요. 아마도 명품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 녹아든 트렌드와 맞물리는 게 아닐까요? 명품 가방을 들면 쫙 차려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난 시점이니까요. 메이크업에서도 강약의 조화가 중요해졌어요.”
담백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한없이 여성스럽다. 맥이 ‘아이스 드림’이라고 이름 지은 이 메이크업 스타일의 성공 여부는 백묵처럼 펄 감이 없는 흰색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깨끗하고 단정한 피부에 라일락,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등 살짝 차가운 색상들을 눈가에 얹는 것이다. 눈 아래쪽을 흰색 아이펜슬로 그리면 눈매가 맑고 신비로워 보인다. 백색의 고전적 신부 이미지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아방가르드한 미래주의의 느낌이다.
마스카라도 생략해 희멀건한 느낌을 줄 것 같지만 뜻밖에도 강렬한 에지가 있는 스타일이다. 이때 피부는 대리석처럼 매끈한 ‘세미 매트’의 느낌으로 표현하되, 결코 무거우면 안 된다. 비결은 뭘까. 변 아티스트는 말했다. “브라이트닝 세럼으로 피부 결을 고르게 해 준 뒤 파운데이션을 퍼프에 묻혀 얼굴에 둥글리면서 발라주세요. 가볍게 계속 둥글려주세요. 그것이 대리석 피부를 표현하는 비결이랍니다.”
극도의 미니멀리즘이 이번 시즌 누드 메이크업의 핵심이다. 쉽게 말하면 아무 화장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화장하는 스타일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스 박스는 이렇게 말했다. “본래의 자연스러운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눈두덩과 광대뼈의 파운데이션을 전부 닦아냅니다. 파괴를 통한 새로운 창조이지요.”
이 스타일은 피부에 최대한 영양을 공급해 피부 결을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 눈썹도 그리지 않거나 윤곽만 살리고, 입술도 자신의 입술 색이나 누드 톤으로 옅게 바른다. 어쩌면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스타일일 수도 있다. 막 샤워를 끝내고 나온 윤기 있는 피부, 그리고 아기 같은 얼굴…. 보는 사람은 편하게 보겠지만, 맥이 제안한 네 가지 스타일 중 가장 공이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일 수도 있다.
1970년대 스타일이 돌아왔다. 폭이 넓은 1970년대 와이드팬츠의 유행이 귀환한 것처럼 메이크업에서도 여배우 제인 버킨을 떠올리게 하는 관능적이고 건강한 여성상이 떠올랐다.
변 아티스트는 “1970년대의 글래머러스하고 복고적인 무드가 현대적 메이크업 트렌드와 만나 절제와 균형을 이루게 됐다”며 “금색 아이섀도를 눈가에 바르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레저 분위기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맥의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손길을 거친 네 명의 모델이 한꺼번에 무대에 섰을 때 고민했다. 이번 시즌 어떤 스타일을 내 것으로 삼을까 하고. 아침에 출근하기에도 바쁜 평소에는 눈가나 입술만 강조해도 되는 ‘팝 클래식’을, 누군가에게 여성스럽게 잘 보이고 싶을 때엔 ‘아이스 드림’을 시도해 보리라. ‘로 파인드’는 들이는 공에 비해 성과가 미흡할까봐, ‘테라 코퍼’는 평소의 내 분위기에 안 맞을까봐 본능적으로 위축이 됐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래오래 사는 시대가 왔다는데, 까짓것 다 해 보지, 뭐. 난 여자잖아.’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