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저금리로 원자재에 투자 몰려 인플레 부채질원화절상 하자니 수출 발목… 5% 성장 낙관 못해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달러화지수는 84.5190으로 역사적 최저점(2008년 4월 84.0028)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화지수는 1973년 3월 지수를 100으로 해 미국의 주요 교역대상 2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것이다.
미국 정책금리 역시 2008년 12월 이후 0.25%라는 초저금리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돈은 넘쳐나도 저금리로 마땅히 투자할 곳이 떠오르지 않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에서 낮은 금리로 달러를 조달해 성장이 빠른 신흥국 증시나 가격 변동성이 큰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신흥국, 특히 한국에 2중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장 물가를 부추긴다.
▼ 弱달러 탓에 몰리는 자금, 국내증시 거품 키울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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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설탕과 밀가루, 옥수수 등 곡물 가격 역시 오르면서 국내 가공식품의 가격도 10∼20% 뛰었다. 곡물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은 이상기온이지만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투기자금이 유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리가 지불하는 원자재 구입 대금을 원자재 수출국뿐 아니라 투기꾼들도 챙겨가는 셈이다.
당분간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꾸준히 오를 것으로 보여 한국의 물가 상승 압력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올해를 포함해 2015년까지 3%대를 보이면서 33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물가 잡기 노력이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입물가가 오르는 현상은 국내 금리 인상 및 원화가치 상승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이 경우 수출품의 가격이 올라 수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경제성장을 희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작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이미 벗어난 신흥국들은 물가 상승 우려가 큰 부담이 된다.
미국의 약(弱)달러와 초저금리는 한국의 자산시장에도 거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달러 약세가 시작된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자본시장에 유입된 외국 자본은 920억 달러(주식 454억 달러, 채권 466억 달러)로 주가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주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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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것”이라며 “5% 성장과 3% 물가 사이에서 최적의 대안을 찾는 것이 올해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