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막베스’로 연출상 고선웅 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마방진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원들과 정말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정작 3일밖에 공연할 수 없어 아쉬웠거든요. 그 아쉬움을 단번에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이 수상의 영광은 온전히 마방진 배우들과 스태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상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전화로 수상 통보를 전하는 순간 그는 “와우”라고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흥분해서 인터뷰를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전화를 끊고 30분 뒤 다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마방진의 연극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와 땀범벅이 될 만큼 몸을 혹사하는 연기로 특징지어진다. 연극판에서 말하는 ‘고선웅표 연극’도 이런 독특한 스타일.
‘칼로 막베스’뿐만 아니라 함께 후보에 오른 ‘들소의 달’을 포함한 그의 창작극은 폭력의 악순환을 희극화한 작품이 많다. 내면의 야심 때문에 끊임없이 폭력에 호소하다가 파멸하는 맥베스를 ‘칼로 막 벴으’와 발음이 같은 ‘칼로 막베스’로 호명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너무 잘 내고 자주 내는 게 한국사회의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공격받으면 참지 못하고 더 강하게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극을 통해 그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행복하고 관대한 사회를 만들자가 제 모토입니다.”
올해 9월부터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직을 함께 맡은 그는 내년 창작극 ‘늙어가는 기술’과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원더풀 라이프’ 두 편을 공연할 예정이다. 양 날개를 단 고선웅표 연극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갈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칼로 막베스’는 내년 1월 20일∼2월 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