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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열 감독 중도퇴진, 형식은 자진사퇴…그룹차원 ‘무언의 압력’ 있었다?

입력 | 2010-12-31 07:00:00

SK에 KS4전패후 그룹 고위층 ‘진노설’…김응룡 전사장에 상의후 구단에 사의



삼성 재임기, 선동열 전 감독의 공과는 뚜렷하다. 삼성에 ‘이기는 야구’를 주입시켰고,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단행했다. 그러나 지나친 수비 중심 야구로 화끈한 야구를 선호하는 ‘대구정서’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녔다. 스포츠동아DB


‘선동열의 행보’는 늘 전격적이었다. 1985년 중반 해태 입단 과정을 시작으로, 1996년 주니치로 이적할 때, 1999시즌 후 은퇴를 결정할 때, 2004년 삼성 수석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할 때, 2005년 삼성 감독으로 선임될 때 모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만큼 야구계에서는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30일 삼성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그야말로 ‘전격’이었다. 그래서 야구계 전체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선 감독이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기까지 긴박했던 막전막후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삼성 그룹 홍보실도 모른 전격 교체

선 감독의 퇴진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던 인물은 거의 없었다. 구단 내에선 사장과 단장 선에서만 알았다. 이미 종무식을 한 뒤 휴가에 들어간 삼성 프런트 대부분은 이날 기사로 소식을 접한 뒤 오히려 “어찌된 일이냐”며 반문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삼성그룹 홍보실 관계자 역시 “우리도 전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그룹내 최고 인사권자와 구단주, 구단 사장과 단장 선에서만 알고 있는 극비였다고 보면 된다. 야구계 인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김응룡 전 사장만 눈치를 채고 있었다. 김 전 사장은 “선 감독이 며칠 전에 ‘사장님도 그만두셨는데, 저도 그만둬야겠다’며 상의를 해왔다”고 밝혔다.

선 감독은 29일 밤 서울에서 지인들과 만나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내년 우승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던 선 감독이었다. 그런데 이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삼성 송삼봉 단장은 “내일(30일) 오전에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선 감독은 지인들에게 “내일 아침에 단장께서 보자고 하신다”며 양해를 구한 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30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이수빈 구단주, 김인 사장, 송 단장, 선 감독의 4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리고는 삼성측의 보도자료가 나왔다.

○선 감독의 용퇴? 그룹의 압력?

선 감독은 자신이 해고됐는지, 자진사퇴인지에 대해 “그렇게 됐다”며 웃기만 했다. 실제로 며칠 전 김응룡 전 사장에게 전화로 상의를 한 것으로 미뤄볼 때 선 감독이 용퇴 의사를 구단에 전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이나 구단 윗선의 입김이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구단이 직접적으로 먼저 “물러나달라”고 하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선 감독이 고민을 하게 만든 정황은 있다.

특히 14일 김인 사장이 경산 볼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프로야구단은 우승에 절대적 가치가 있다”면서 “(취임 전 외부에서 본) 삼성 야구는 근성이 부족해 보였다”고 질타했다. 선 감독은 이 대목에서 진퇴를 놓고 크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연패로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에 대한 지적처럼 들려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시리즈에서 4연패로 물러나자 그룹 고위층에서도 흥분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게다가 선 감독이 “올해는 우승이 힘들다. 2년 후에나 우승에 도전하겠다”며 전장에 나선 장수로선 부적합한 말을 계속 하자 “삼성 라이온즈가 선 감독 개인의 팀이냐”는 지적도 일었다. 1등주의 삼성그룹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말이었다.

삼성그룹은 이달 초 ‘젊은 삼성’을 표방하며 대대적 인사를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선 감독의 사부인 김응룡 사장과 그를 불러준 김재하 단장까지 물러났다. 여러 정황상 선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데는, 그룹의 무언의 압력 속에 용퇴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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