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구제역’ 방역 어렵고 확산 쉬워…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지금까지의 피해액은 4500억 원가량. 더 큰 문제는 구제역이 한우, 젖소, 돼지의 사육 규모가 큰 경북, 경기, 충청 지역에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 충북까지 번졌다
발생 지역이 5개 시도 29개 시군구로 늘어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28일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열고 충북 충주, 인천 강화, 경기 양주와 포천 등 4개 지역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4개 지역의 접종 대상 소는 6만5000여 마리다.
방역 당국은 “이미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고, 확산 방지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곳을 골라 추가 접종을 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는 구제역 미발생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백신 접종 요청이 있는 경우 가축방역협의회의 기술적인 검토를 거쳐 접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인천 강화의 경우 이미 군내 전역에 바이러스가 퍼져 있다고 보고 전 지역 접종을 결정했다. 다른 3곳은 발생지역 반경 10km 이내에서만 실시된다.
다만 이날 홍천에서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한 강원도의 경우 계속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원도는 아직 접종계획이 없다”며 “횡성의 경우 군의 요청이 있었지만 도에서 반대해 백신 접종 지역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28일 현재 이번 구제역으로 도살처분한 가축은 47만여 마리에 이른다. 이는 국내 우제류 사육 규모(1330만여 마리)의 4%에 달하는 수치다.
한편 백신 접종 대상 확대에 따른 백신 부족 우려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보유하고 있던 30만 마리분에 26일 영국에서 30만 마리분을 추가로 들여왔다”며 “이번 주말경 90만 마리분이 또 들어오기 때문에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구제역 발생 기간이 길어지고, 범위도 넓어지면서 인력 부족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인력 부족은 물론이고 기존의 방역인력이 지쳐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팀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하자 각 지역 농협 직원을 긴급 배치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국방부에 “동원 가능한 군 병력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발생 이후 지금까지 방역에는 총인원 15만여 명이 투입됐다.
비상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방역에 비협조적인 시민들의 태도도 방역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발생 및 위험 지역의 차량 이동을 막을 수는 없어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하지만 ‘왜 멀쩡한 차를 소독약으로 뒤덮느냐’는 항의가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 ‘최장기간’으로 가나
지금까지 발생한 4번의 구제역 중 기간이 가장 길었던 것은 2002년의 52일이었다. 하지만 발생 한 달째를 맞은 이번 구제역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산될 경우 최장기간 발생 기록을 갈아 치울 가능성도 높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해를 넘기는 것은 불가피하게 됐지만 백신 접종 등으로 최대한 빨리 종식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