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혜 모녀의 크리스마스
예은이가 활짝 웃는다. 노래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 동의 한 보컬연습실에서 예은이가 강사의 지도에 따라 큰 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coopjyh@donga.com
2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노래연습실에서 만난 예은이는 기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간단한 질문을 해도 혼잣말만 반복했다. 예은이는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머리에 물이 차는 뇌수종을 앓았다. 엄마 최인혜 씨(54)는 ‘노산이라 위험하다’는 남편과 주변의 만류에도 아이를 낳았다. 생후 42일째 되던 날부터 수술실에 들어간 예은이는 지금까지 총 아홉 번 머리를 여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뇌 안의 물을 빼는 기계를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7세 때는 자폐1급 진단까지 받았다. 예은이의 현재 지능은 6세 수준이다. 그런 예은이가 집중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노래’와 ‘엄마’다.
예은이가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5세 때다. 복지관 동요반에서 눈에 띄는 노래 실력을 보여줬던 것. 악보를 읽지 못하지만 한 번 들은 노래는 잊지 않았고, 선생님의 반주가 틀린 것도 지적할 정도로 타고난 음감을 자랑했다. 노래할 때 딸의 표정이 가장 밝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 씨는 장애인인 딸이 마음 편히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쉽지만은 않았다. 방송국 합창단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병 때문에 중도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10월 소뇌위축증을 앓던 예은이 아빠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로 기초생활수급에 의지해 사는 형편이라 남들처럼 개인 레슨을 시킬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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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는 예은이와 보내는 하루하루가 기적이자 큰 선물이다. 혼자만의 세계에서도 늘 노래를 흥얼거리는 예은이를 보면 최 씨는 행복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온다고 했다. “제 크리스마스 소원요? 예은이가 앞으로도 계속 걱정 없이 노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은이가 가수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할 거예요.” 예은이의 다음 공연은 내년 1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희망의 밤’ 행사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