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비리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이 전 시장뿐만 아니라 그의 첫째와 셋째 조카 부부, 첫째 조카의 아들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한마디로 패가망신, 가문의 몰락이라고 할 만합니다.
지난달 2일 이 전 시장의 분당아파트 압수수색 때 쏟아져 나온 명품들은 입이 벌어질 정도입니다. 1200만 원짜리 로열살루트 위스키와 150만 원짜리 38년산 로열살루트 위스키 3병 등 고가 양주만 수십 병이 나왔죠. 8000만 원에 해당하는 달러와 엔화 그리고 원화도 나왔고, 명품 가방 30여 개도 발견됐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전 시장 일가의 비리 혐의 15억 원은 빙산의 일각인 것 같습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0년이 됐지만 지자체장들의 비리는 일상화 보편화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올해 만해도 오현섭 전 여수시장, 민종기 전 당진군수가 비리 때문에 구속됐지요.
지자체장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공천헌금을 포함한 고비용 선거풍토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돈을 많이 쓰고 당선되면 본전을 뽑아야 하니까 부정비리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정당들은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을 배제하거나 지자체장 후보 공천 과정에서 비리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유권자들도 선거 때 씀씀이나 전력을 제대로 살펴 비리 가능성이 적은 후보를 가려낼 수 있는 밝은 눈을 가져야 합니다. 감사원도 지자체의 자체 감사만 믿고 있어선 안 됩니다. 지자체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감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상시 점검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