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급여로 병의원 약국에 지급된 국고는 4조7548억 원으로 2008년(4조4735억 원)보다 6.3% 늘었다. 가난은 통상 질병을 동반하므로 저소득층의 건강이 그만큼 악화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짜 의료에 따른 의료쇼핑도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급여(처방 진료) 일수가 2000일을 넘어선 수급권자가 379명이나 된다. 이들 중 병원을 적절하게 이용한 경우는 81명(21.4%)뿐이었고 나머지는 약물 오남용(23.5%), 습관적 이용(19.8%), 의료쇼핑(14.5%)으로 나타났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약을 타는 경우까지 있었다.
▷서울시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지급하는 의료지원금이 11월부터 바닥나 현재 6500건에 110억 원을 지급하지 못했다. 저소득층 의료지원금은 국고 78%와 지자체 예산 22%로 편성된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전북 경남 등의 의료지원금도 바닥이 난 상태다. 지자체들이 의료지원금을 못 주니까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병의원과 약국에 의료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순례를 하며 공짜 의료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진짜로 아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