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北리스크에도 꿋꿋… 오히려 주식 사들여
20일 오후 한국군이 연평도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했지만 코스피는 2,020 선을 지켰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2,020.28과 환율 1150.20원이 선명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상하이 도쿄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한반도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북한과 유엔이 핵사찰단 복귀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대부분 하락폭을 줄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도발이 없는 한 연말 한국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요소였던 북한의 위협이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보복 공격 여부에 따라 금융시장이 다시 출렁일 가능성은 남아있다.
○롤러코스터 탄 주가와 환율
주가 선방의 주역은 외국인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2,000 선이 무너지자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며 하루 종일 순매수세를 보였다. 특히 기관은 개인들이 펀드에서 돈을 빼내면서 투신권은 1600억 원어치를 팔았지만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연기금이 그 이상 사들이면서 지수 하락을 막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들은 연내에 주식편입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라 고심하던 차에 기회를 잡은 셈”이라며 “연평도 위협을 일시적 이벤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832억 원, 기관은 922억 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3000억 원 가까이 내다팔았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90%가 넘는 코스닥시장은 하루 종일 약세를 보인 끝에 지수가 12.79포인트(2.50%) 떨어진 497.95로 마감했다.
○상승세 증시에 위험 부각 계기
일부 전문가는 북한 리스크를 ‘블랙 스완(검은 백조)’에 비유한다. 미국의 대공황이나 9·11테러처럼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일단 현실화하면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이르는 말이다.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는 말은 전쟁이라는 뜻인데 이 경우 한국인이 가진 자산의 가치는 주식을 포함한 모두가 제로로 돌아가게 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투자할 때 굳이 북한 리스크까지 고려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국면이 지속된다면 주가가 지금까지의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이끌어온 증시가 지속적인 상승 동력을 가지려면 개인들의 펀드자금을 바탕으로 기관투자가가 힘을 내야 하는데 이 선순환 구조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 불거지고 자본 유출입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내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초에 들어가면 올 4분기 실적이 발표되는데 아무리 기대치가 낮아도 실제로 3분기보다 크게 떨어진 실적이 나올 경우 실망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이 경우 북한 리스크로 급등세가 꺾인 연말 지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