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민방위 특별훈련… 학생들 지하철역 대피 북한의 포격 도발 등 비상상황을 가상한 민방위 특별 대피훈련이 15일 오후 2시 전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운전자와 승객까지 차량에서 내려 대피소로 이동해야 하는 방식이 1999년 이후 11년 만에 재개됐다. 서울 아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대피 장소인 지하철 2호선 아현역 승강장에서 몸을 낮추고 진지한 자세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형식은 ‘특별’, 실제는 ‘건성’
이날 오후 2시 훈련 공습경보가 발령되면서 보행자와 운전자, 건물 이용객이 지하 대피소로 피신하는 훈련이 시작됐다. ‘특별 훈련’인 만큼 김황식 국무총리는 박연수 소방방재청장의 보고를 받으며 서울 중구 남산 N타워에서 전체적인 훈련 상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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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동 한양공고 강문석 교장은 “학생들이 직접 대피하는 훈련을 해본 지 10년이 넘어 계속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크게 당황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사이렌이 울리자 공무원들이 방독면을 휴대하고 지하 대피소로 이동했다. 하지만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다 보니 정체가 빚어져 제대로 대피하지 못했다. 훈련이 끝난 2시 15분까지 지하층부터 지상 5층의 계단에 늘어서 있어야 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문을 잠가둔 채 대피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경남도청 일부 부서는 사무실 문은 잠겨 있었으나 밖으로 공무원들의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국회에서는 P 의원이 이날 오후 2시부터 지역구 특산품인 와인 홍보 행사를 강행하면서 대피 훈련을 외면했다.
어리둥절 5일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지나던 버스가 도로변에 정차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과 보행시민들은 지하 대피소로 피하지 않은 채 인도에서 서성이며 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63빌딩에서도 대피 훈련이 진행됐으나 고층 사무실 직원들은 오후 2시 이전에 미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있었다. 일부는 지하 대피소가 아닌 1층 로비에 머무는 등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광주 북구 전남대 도서관에서는 일부 학생이 “공부에 방해된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모두 지하 대피소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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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 5일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를 지나던 버스가 도로변에 정차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린 승객들과 보행시민들은 지하 대피소로 피하지 않은 채 인도에서 서성이며 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또 방재청은 학교, 고층건물, 주요 기간시설, 정부부처 등 분야별 맞춤형 대피훈련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각 시설 특성에 맞춘 훈련을 진행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 방재청은 조 만간 민방위 훈련 강화 대책을 마련해 청와대에 보고할 방침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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