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이동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기부는 계속돼야 한다.” 올해 사랑의 온도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의혹 탓에 5도를 밑돌고 있다. 15일 추대된 이동건 신임 회장은 “철저히 모금회를 쇄신할 테니 기부의 뜻을 꺾지 말고 사랑의 온도를 뜨겁게 올려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5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제7대 신임 회장에 추대된 이동건 전 국제로타리 회장(72)은 “최근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 판을 짤 것”이라면서 “연내 새 사무총장을 임명해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16일부터 ‘희망 2011 나눔 캠페인’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회장 임기는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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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모금회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연합체 형식으로 운영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얘기였다. 이 회장은 “앞으로 본부가 중심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맡아 유기적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공동모금회 운영에서 △말과 행동이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 높이는 일을 했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 등 네 가지 원칙을 적용한다.
이 회장은 “미국에 테일러라는 유명한 철강업 사업가이자 국제로타리 전 회장이 이런 원칙으로 거의 망해가던 철강회사를 살렸다”며 “나도 국제로타리 회장으로 재직할 때 지켰던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모든 직원의 경력과 그동안의 사업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기부받은 돈을 사용할 때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국민이 이제는 돈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게끔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단돈 1000원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용처와 상세 내용을 전부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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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비리 알려져 기부 온도 주춤
소외계층 위한 온정은 줄지 않기를”
이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는 직원들은 남의 돈을 가지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등 오해받을 자리엔 안 가는 것이 좋다”면서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사람들과의 만남은 일반 식당으로 그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공동모금회가 있는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 외벽에는 사랑의 온도계가 설치돼 있다. 비리 의혹의 여파 때문에 지금의 온도는 4.7도에 불과하다.
그는 “공동모금회가 못 미덥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기부를 하지 않으면 내년에 모금액을 받아 사업을 해야 할 사회복지시설들의 사정이 악화된다”며 “부모가 잘못했다고 해도 그 아이들을 굶길 수 없는 것처럼 우리보다 사정이 나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따뜻한 손길만큼은 유지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 신임 회장은 1938년 경북 경주 출신으로 서울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9년부터 부방테크론 회장으로 부방그룹을 경영해 왔다. 국내 로타리클럽을 통해 1971년부터 40년간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로타리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국제로타리에서 소아마비 퇴치에 앞장서 인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4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소아마비를 퇴치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는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 국제로타리재단 관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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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