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격돌… ‘전투 바둑’ 치열한 싸움 예고
14일 이전까지 역대 전적은 최 9단이 8승 3패로 앞서 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엔 김 7단이 3승 2패로 한걸음 더 나갔다. 14일 열린 박카스배 천원전 준결승은 겨울 잔치의 전초전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기사가 맞선 이 대국에서 최 9단이 접전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최 9단은 올해 58승 20패(승률 74.3%)를 기록하고 있다. 다승 5위, 승률 4위. 최근 농심신라면배에선 한국팀 4번째 선수로 나와 일본의 다카오 신지 9단을 물리쳤다. 또 광저우 아시아경기 남자단체전에선 전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컨디션이 절정에 달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좋은 성적에 비해 타이틀과의 인연이 없는 것. 세계대회는 주로 8강에서 탈락했고 국내 기전도 4강 등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특히 국수전은 최 9단에게 의미가 깊다. 47, 48기에서 이창호 9단을 연거푸 꺾고 국수위에 올랐다. 속기전이 아닌 정규 기전에서 후배한테 패한 적이 없었던 이 9단을 누른 것은 바둑계의 화제였고 최 9단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51∼53기에선 예선에서도 탈락했다. 이때가 그의 슬럼프 기간과 일치한다. 그는 “국수전은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으로 꼭 다시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 7단은 올해 45승 18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해 다승왕 최다대국 승률왕 등 3개의 개인 타이틀을 확정짓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것에 비하면 미흡하다. 당시 연말에 원익배 4강과 천원전 결승에서 박정환 8단에게 4연패를 당하면서 내상을 입은 것이 컸다. 지난달 삼성화재배 준결승에서 구리 9단에게 2패로 물러선 것도 아쉽다. 그 고비를 넘겼다면 생애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최 9단의 벽을 넘는다면 이창호 9단과의 대결은 자신 있다. 지난해 8월 물가정보배에서 이 9단에게 2-0으로 첫 타이틀을 따냈기 때문이다.
김승준 9단은 “국수전에서의 경험이나 최근 컨디션을 보면 최 9단에게 약간의 포인트를 주고 싶다”며 “둘 다 기세를 타는 스타일이라 1국의 승부가 도전권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