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투포환 선수. 4kg의 쇠공을 멀리 던지려 애쓰는 여자 헤라클레스.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해도 ‘하필이면 그 많은 운동 중에 여자가 그런 운동을 하나’ 하는 생각만 떠오른다. 실제로 투포환을 하는 여자 선수는 아주 적다. 국내 대회가 열릴 때면 10명 남짓한 선수들이 경쟁을 벌인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얼굴이 얼굴이다.》
■ 女포환던지기 국내 1인자 ‘광저우 동메달’ 이미영
○ 하필 그런 운동을…평생 들어야 하는 그 말
여자가 왜 하필 그런 운동을 하나? 편견은 많다. 하지만 국내 여자 포환던지기의 1인자 이미영(태백시청)은 “정직하고 재미있는 운동이다”라며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이미영은 십자수를 좋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자’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미영은 1992년 강원 정선 화동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투포환을 권유받았다. 168cm의 키에 몸무게 70kg인 소녀는 당연히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힘든 운동이라니. 게다가 여자 투포환 선수. 부모님도 반대했다. 둘째 오빠가 중학교 때 투포환을 했지만 힘든 나머지 관둔 후라 부모님은 더욱 말렸다.
거듭된 권유에 시작한 투포환은 그저 그랬다. ‘무슨 그런 운동을 하느냐’는 말을 끊임없이 들었다. 견디다 못해 2학년이 돼서 그만뒀다. 하지만 6개월 후 왠지 모르게 다시 하고 싶었다. 본격적인 고난은 고교 입학 후 찾아왔다. 고등학생이 되자 힘든 웨이트 트레이닝이 연일 이어졌다. 고교 2학년 때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돼 미국으로 한 달간 전지훈련을 떠났다. 음식이 안 맞아서 햄버거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가 오히려 10kg이 늘었다. 어느덧 투포환에 적합한 몸이 됐다.
○ 소주 세 병과 십자수 그리고 결혼
그는 여자 투포환 선수에 대한 편견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투포환 시작을 망설이는 여학생에게 “정직하고 재밌는 운동이다. 노력한 만큼 성적도 나오고 돈도 꽤 벌 수 있다”고 했다. 그가 귀띔한 연봉은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20대 때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다. 좋은 사람 만나면 당연히 결혼하고 싶다.
“그냥 참하고 재밌는 사람이면 좋아요. 술은 저만큼 못 먹어도 돼요. 호호.”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