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김사과 지음 264쪽·1만 원·창비
폭력을 휘두르는 교사(‘준희’), 본드를 불다 죽어버리는 깡패(‘나와 b’)…. ‘02’에 실린 작품들은 이 세상의 잔혹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작가는 ‘나와 b’의 화자로 하여금 “우리는 늙어갔다. 절망적으로 늙어갔다. 이제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 거지와 미친 사람이 될 차례였다”라고 말하게 함으로써 희망 없는 청춘의 나날들을 독자 앞에 들이민다. 20대 작가의 이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다. 평론가 김영찬 씨는 이 분노의 근원에 “정상성의 외관으로 감추어진 한국사회 시스템의 억압성과 폭력성이 있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