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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수진]여야가 뜻을 합친 유일한 법안 ‘5% 의원 세비인상

입력 | 2010-12-10 03:00:00


낡은 스크랩북을 넘기듯 기자는 올겨울에도 너무도 낯익은 장면들을 지켜봤다. 2008년 말 국회로 출입처를 옮긴 뒤 내리 3년째다.

‘예산안 심사’란 국회의 고유 권한은 내팽개쳐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여당 단독의 예산안 기습 처리는 3년 연속 ‘10분 이내 속전속결’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2008년 7분, 2009년 3분, 2010년 3분. 이 과정에서 예결특위 회의장 바꾸기, 예산부수법안의 직권상정 처리는 ‘예산안 단독 처리의 공식’이 돼버렸다.

물론 여야 난투극의 구체적 양상은 조금씩 바뀌어 왔다.

18대 국회 원년이었던 2008년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전기톱과 해머가 동원됐고, 지난해엔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이 등장하더니 올해엔 여의도에 의사당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본청 2층 본회의장 입구 강화 유리문이 박살나 ‘파창(破窓)국회’라는 오명을 들었다. 의사봉 투척은 올해 새로 등장한 폭력 장르다.

여야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저울 양측에 놓일 양측 허물의 절대량이 너무도 많다.

여당은 172석의 ‘힘’을 믿고 밀어붙였고, 87석의 민주당은 ‘표결 불가론’을 펴며 점거농성부터 시작했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서울대 법인화법 등 쟁점 안건까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일사천리로 처리한 여당이나, 정기국회 도중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한 민주당이나 딱하기는 오십보백보다.

국민의 눈엔 한숨만 나오는 구태의 재연이지만 어쩌면 의원들은 그래도 올해가 가장 실속 있는 충돌이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국회의원 세비(歲費) 5.1% 인상안’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나흘 뒤인 지난달 27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슬쩍 통과한 데 이어 8일 폭력사태 속에서 본회의를 그대로 통과했다. 이번 정기국회 내내 이른바 ‘후원금 무제한 면책특권법안’을 제외하고는 단 한 가지 사안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던 여야 의원들은 세비 인상에 대해서만큼은 초당(超黨)적으로 의기투합했다.

그 결과 세비는 연 1억1300만 원에서 570만 원 오른 1억1870만 원이 됐고, 의원정책홍보물 제작비도 의원실당 12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올랐다. 3년 만의 세비 인상이어서 의원들은 스타일은 구겼어도 내심 흐뭇할까. 그분들 좋으라고 혈세를 더 내야 하는 국민만 억울하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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