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에 불법 파견이 없다고 주장하는 현대차가 현재 파업 중인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현대차 내 모든 사내 하도급이 불법 파견이어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가 스스로 ‘우리와 계약한 모든 사내 하도급업체가 사실은 불법 파견이었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소송을 통해 불법 파견(만약 있다면)이 입증된 사람만 해당된다. 하지만 금속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애써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선별적 정규직화’라고 말하는 순간 전선(戰線)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차 사내 하도급업체를 운영했던 한 지인은 폐업 여부를 결정할 때 자신의 의사보다 현대차의 의사를 묻고 듣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불법 파견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원청업체의 지휘감독 범위다. 겉보기에는 독립된 하도급업체지만 사실상 현대차가 사용자인 사내 하도급업체가 과연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까.
광고 로드중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이번 사태는 끝날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을 둘러싼 각 주체들이 진실을 솔직히 꺼내놓고 근본적인 해법을 논의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비정규직 파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과 관련된 각 주체들이 자신의 이득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를 국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추로 승화하려는 용기가 아쉽다.
이진구 사회부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