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문학상 페루 바르가스 요사 스웨덴 한림원서 회견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4)는 유력한 수상 후보였던 한국 고은 시인과의 경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 수상은 어쩌면 실수” “나에게도 미스터리”라며 농을 섞어가며 겸손함을 표현했다. 시상식(10일)을 앞두고 5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편안하고 쾌활한 모습으로 때로 농담을 섞어가며 내외신 기자 50여 명이 쏟아낸 질문을 여유 있게 받았다. 국내 언론으로는 본보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바르가스 요사는 “한림원의 공식 발표 후 직접 소식을 듣기까지 14분 동안 거짓말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한 이탈리아 작가가 한림원 관계자라고 속인 동료 작가로부터 거짓말로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것을 진짜로 믿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사례가 있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는 “노벨상 수상이 내 삶에 짜릿한 전류를 흘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내 인생을 바꿀 정도의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시상식이 끝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집필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우리 인생의 숙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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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문학가로는 프랑스 작가인 귀스타브 플로베르를 꼽았다. “플로베르는 광적인 열정과 인내심, 끊임없는 훈련과 집필을 통해 작품 활동 초기보다 시간이 갈수록 문학적 재능을 만들어 나간 대표적인 작가다.”
자신의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유머와 풍자에 대해서는 “좋은 작품이 꼭 유머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머는 인간의 삶을 즐기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답변했다.
노벨상 수상 이후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그의 정치 참여 여부. 그는 1990년 대선에 출마한 적이 있고 경쟁자였던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그의 부정부패를 강하게 비판했다. 페루는 내년 4월 10일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날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1990년에는 조국이 처한 특수상황 때문에 선거에 나갔던 것일 뿐”이라며 “마오이스트 극단주의자들의 잇단 테러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 민주주의의 파괴 등 어려움에 처한 나라를 위해 정치 참여를 시도했지만 이제 그 경험을 되풀이하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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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