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를 중심으로 청산도, 보길도 등 399개 섬으로 이뤄진 다도해(多島海)해상국립공원. 이곳 주민들과 일대를 관리하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사무소 관계자들은 최근 사라진 ‘난’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풍란, 지네발난, 대흥란 등 다양한 난이 다도해 섬 곳곳에 자생했다. 하지만 이 일대에 좋은 자연산 난이 많다는 소문이 전국에 퍼지면서 외부인들이 몰려 무분별하게 남획했다. 현재 이들 난은 멸종위기종에 속한다. 다도해국립공원 사무소는 주민들과 연계해 무인도 등 일대의 섬을 탐사하며 난을 보호하는 한편 발견되지 않은 난의 원종(原種)을 찾고 있다. 지난달 23일 다도해 ‘난 탐사작업’에 동행했다.》
■ ‘난의 보금자리’ 다도해 탐사 동행
지난달 23일 오후 전남 완도군 청산도 범바위 일대 절벽에서 발견한 ‘지네발난’(위). 기자는 청산도 내 야산을 탐사한 끝에 3cm가량의 작은 ‘풍란’(왼쪽 원 안)도 발견했다. 오른쪽 사진은 풍란이 자라 꽃을 피운 모습이다. 사진 제공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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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과 함께 무인도 한 귀퉁이에 배가 정박됐는지를 유심히 살폈다. 정체 모를 배가 섬에 정박할 경우 비행 중 체크한다. 해당 선박이 완도 나루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대기하다가 배가 도착하면 무단 반출되는 난이 있는지를 검사한다. 헬기 순찰이 없는 날에는 섬 주민들의 신고를 받는다. 이날 약 47분간 비행순찰을 하는 동안 섬에 정박한 배는 찾을 수 없었다.
○ 가시에 찔리고 넘어지고…
기자는 헬기에서 내린 후 40분가량 배를 타고 청산도로 향했다. 이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자원보전과 오창영 주임(35)과 함께 2시간 반가량 청산도 내 산속을 누비며 풍란을 찾아 나섰다. 면적 33.3km²(약 1007만3250평)인 청산도를 무작정 돌아다녀서는 난을 찾을 수 없다. 일단 수색 범위를 좁혀야 한다. 식물 관련 논문 등 문헌조사를 통해 과거 청산도에서 난이 많았던 곳을 파악한다. 이후 지역주민들의 얘기를 듣고 난이 있을 만한 장소를 선정해 조사에 들어간다. 다도해 각 섬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섬 지킴이’가 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다.
오후 3시경 해발 300m의 범바위 지대에 도착했다. 난은 주로 해안가와 이어진 산의 7, 8분 능선 일대 중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암벽 사이에 자생한다. 천천히 밑으로 이동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바닥에 낙엽이 쌓여 발을 헛디디기 일쑤였다. 동행한 청산도 주민 이기정 씨(60)는 “각반과 로프, 자일을 준비해 2인 1조로 움직여야 안전하다”며 “특히 이곳은 ‘까치독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뭔가 다리를 건드리며 훅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 24m가량 내려간 후 절벽 바위 틈새에서 ‘지네발난’을 찾았다. 지네발난은 멸종위기 2급 식물. 이름 그대로 긴 줄기에 지네발처럼 잎이 자란 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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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