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경북대는 수험생 1만4000여 명이 응시한 가운데 수시 전형 논술고사를 치렀다. 대구시내 교차로 곳곳에는 ‘경북대 논술고사로 대학 주변의 혼잡이 예상되니 우회 바랍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로 경북대의 논술고사는 ‘희귀한 사건’이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주 마련한 논술고사 대비 특별강좌에는 대구지역 고3 수험생 350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경북대에 응시했다. 나머지 50여 명은 서울지역 대학에 응시했다고 한다. 담당 장학사는 “논술고사가 있는 대학은 ‘상위권 대학’ 또는 ‘우수 대학’이라는 인식이 수험생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며 “논술고사를 관리하는 대학도, 준비하는 수험생도 힘들지만 논술고사의 중요성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어떤 대학에 논술고사가 있고 없고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 장학사들은 논술 기피 분위기가 초등학생 때부터 강조하는 독서와 글쓰기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한 장학사는 “지역 대학들이 우수 학생 유치나 글로벌 인재 육성 같은 거창한 표현을 쓰면서도 논술고사를 외면하는 모습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시 전형이 크게 늘어나면서 논술고사는 우수 대학의 상징처럼 되고 있다. 대구와 경북지역 주요 대학이 진정으로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면 수도권 대학을 탓하기보다 우수 대학으로 가는 길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논술고사도 그 한 가지 방법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