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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美 양적완화, 증시에 어떤 영향?

입력 | 2010-11-23 03:00:00

美, 제로금리 상황에서 경기부양 위해 달러 풀어
신흥국 몰린 자금 일시에 빠지면 금융시장 혼란




《 최근 글로벌 증시 전망과 관련해 미국의 2차 양적완화 결정이 자주 언급됩니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무엇이고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
우선 양적완화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요. ‘양적완화’란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까지 낮아져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더는 금리정책을 쓸 수 없게 됐을 때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장에 현금을 푸는 정책을 말합니다. 국채 매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중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금융위기 전후인 2008년 말 미국의 연방준비위원회는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1조7000억 달러에 달하는 1차 양적완화 정책을 쓴 바 있습니다. 당시에 비해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최근 내년 6월까지 6000억 달러를 푸는 2차 양적완화 정책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언론에서 ‘Quantitative Easing(QE)’으로 표현해 이를 번역하여 양적완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이 양적완화란 카드를 다시 꺼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 경기는 올해 들어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면서 더블딥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위축된 투자심리와 소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을 추가적으로 쓰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경제위기 당시 재정 지출로 재정 확대 여력이 소진된 데다 경기를 부양하려고 정책금리를 계속 내리다 보니 이미 제로 상태가 돼 단기정책금리로 손을 써보기도 힘들어졌던 것이지요. 그래서 나온 것이 추가 양적완화입니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시장에서는 결정 여부와 그 규모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실제로 양적완화 정책이 발표된 직후 미국 경제의 회복 가능성과 유동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등 세계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민간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도 중국, 독일, 브라질 등이 정부가 인위적으로 돈을 푸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강한 성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자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쓰는 양적완화 정책에 세계가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양적완화 정책으로 기축통화인 달러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 환율뿐 아니라 신흥국 자산가치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환율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이 추가적으로 달러를 풀면 달러화는 약세를 띠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는 강세를 띠게 됩니다. 자국 통화가 강세일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국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입니다. 또한 신흥국 시장으로 선진국의 대규모 투자자금이 이동하면서 해당 국가의 자산 버블을 유발하게 됩니다. 원유나 금속 등 원자재 시장으로 유동성이 몰릴 경우 실물자산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환율이 금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금리 인상이 추가적인 원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통화정책에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무엇보다 유동성에 힘입어 대규모로 유입됐던 외국 자금들은 경기가 후퇴하고 인플레이션 붐이 꺼질 때 언제든지 이탈해 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의 초강세와 자본 유입, 이에 따른 자산가격 버블과 붕괴 후유증이 그런 선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금융시장이 받게 되는 충격은 매우 큽니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대 기조 확인, 글로벌 출구전략의 지연 등을 확인시킴으로써 글로벌 증시의 방어막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가 내년에도 유동성 랠리가 이어짐으로써 코스피가 사상 최고점을 경신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화강세, 핫머니(투기성 자금) 유입 등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계속 도사리고 있는 셈입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