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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유성운]안보 불감증보다 무서운 비리 불감증 걸린 軍

입력 | 2010-11-19 03:00:00


노무현 정권 시절 군 당국이 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 장성들의 인사 청탁 비리 의혹을 알고도 덮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본보 18일자 A8면) 군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여전히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19일 국방부 관계자는 2004∼2005년 군검찰단이 해군 장성들의 비리를 밝혀냈지만 군이 이를 덮어버린 경위에 대해 재조사를 벌일 방침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답했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올 5월 군검찰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군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을 밝혀낸 경위는 다음과 같다. 계룡대 납품비리 수사를 하다 해군 법무실장이던 김칠하 대령(현재 휴직)의 수사방해 혐의를 조사하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김 대령이 군검찰단장 재직 시인 2005년 12월 해군 장성 7명에 대한 비리혐의 사건을 내사종결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은 “김 대령의 계룡대 사건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수사가 종결됐기 때문에 (내사종결 경위도) 다시 조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군의 태도는 군검찰단이 올 5월 작성한 내부보고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군검찰단은 이 보고서에서 2004∼2005년 당시 군의 사건 처리의 부실함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전역자에 대해서는 내사자료를 민간 검찰에 이첩해서라도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보고서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

내사종결 경위에 대해 군검찰단은 보고서에서 “김칠하 대령이 2005년 12월 일괄적으로 내사종결했다”고만 적고 있다. 하지만 김 대령 측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수사를 일괄적으로 내사종결한 바 없다”며 “당시 (해군 장성들에 대한) 수사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지시로 시작했다. 내가 마음대로 내사종결하고 말고를 결정할 위치가 아니었다. 당시 윗선에서 경고조치로 끝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은폐 경위를 밝혀내는 것은 오래전 벌어진 비리를 뒤늦게 끄집어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현직 참모총장의 비리혐의가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됐는데도 그로부터 8일 후 청와대에서 열린 오찬에서 대통령은 임무 계속 수행을 지시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과 안보보좌관은 “해군 지휘를 잘하라”고 격려했다. 군이 환부 은폐를 위해 고의적으로 대통령의 눈을 가린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만약 현 국방부가 장성이 무더기로 관련된 수사를 덮은 주체가 영관급 장교였다는 설명만 고집한다면 ‘군의 자기식구 감싸기는 정권을 뛰어넘어 끈끈히 이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유성운 정치부 polaris@donga.com